눈으로 먼저 드세요… 예뻐지는 맥주들

    입력 : 2017.08.09 03:01

    - 디자인 경연장 된 수제 맥주
    제품명 강조하는 대기업과 달리 포장지 등에 강한 개성 드러내
    쟁반·서체까지 콘셉트 통일하고 예술가와 협업해 작품 새기기도

    보기 좋아 먹기도 좋은 것이 어찌 떡 하나뿐이랴. 맥주가 예뻐지고 있다. 외국 맥주의 전유물이었던 감각적 라벨(병·캔 포장지) 디자인이 국내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 맥주 틈바구니에서 소규모 양조장들이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 국내 맥주 시장은 규제 때문에 소규모 양조장의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최근 들어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규모 양조장들이 이른바 '수제 맥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①항구도시 부산의 특색을 살려 콘크리트 방파제 구조물로 장식한 테트라포드 브루잉 컴퍼니의 생맥주 꼭지. ②테트라포드 모양으로 만든‘샘플러’메뉴용 쟁반. 3잔이 함께 나온다. ③배추를 든 캐릭터로 김치 유산균 맥주라는 특징을 표현한 더 핸드앤몰트의‘케이바이스’캔맥주.
    ①항구도시 부산의 특색을 살려 콘크리트 방파제 구조물로 장식한 테트라포드 브루잉 컴퍼니의 생맥주 꼭지. ②테트라포드 모양으로 만든‘샘플러’메뉴용 쟁반. 3잔이 함께 나온다. ③배추를 든 캐릭터로 김치 유산균 맥주라는 특징을 표현한 더 핸드앤몰트의‘케이바이스’캔맥주. /플러스엑스·스티키몬스터랩
    대기업들이 하나같이 '깔끔한 맛'을 강조하며 비슷비슷한 맥주를 만들어온 데 비해, 수제 맥주는 맛과 향이 다양하다. 디자인 역시 대기업 맥주가 굵은 활자로 제품명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면, 수제 맥주는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눈길 끌기에 나섰다. 수제 맥주의 디자인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한국 美의 재발견

    한글 이름이나 한국 지역색을 적극 활용한다. 외국어나 외국 지명을 써야 세련되고 멋지다고 믿었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상점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판에 한글이 많아지는 요즘 추세와도 관련 있다.

    지하철 강남역 간판으로 디자인한 맥주‘강남 페일 에일’의 캔과 잔.
    지하철 강남역 간판으로 디자인한 맥주‘강남 페일 에일’의 캔과 잔. /크래프트브로스
    수제 맥주 업체 '크래프트브로스'는 작년 서울 강남역점 개장 기념으로 신제품 맥주를 출시하면서 강남역을 주제로 디자인했다. 역 이름 '강남'과 역 번호 '222'가 적힌 강남역 표지판으로 맥주 라벨과 잔을 장식했다. 기둥 모양의 출구 입간판은 생맥주 탭(꼭지) 손잡이가 됐다. 강기문 대표는 "시각적 이미지가 맛보다 더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기 때문에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의 맥주 브랜드 아크(ARK)는 대형 마트 홈플러스와 함께 '해운대' 맥주를 출시했다. 콘셉트는 여름이다. 해변을 산책하는 연인의 실루엣 위로 대표적 피서지인 '해운대' 글씨와 물결 모양을 라벨에 넣어 바닷가 느낌을 살렸다.

    예술가와 협업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디자인 전문 회사와 협업도 활발하다. 수제 맥주 테이크아웃 전문점 '캔메이커'는 국내 소규모 양조장 생맥주를 즉석에서 캔에 밀봉해 판다. 예술가들과 협업해 만든 '아트 레이블' 캔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주용의 '헬조선 원더랜드', 사진가 임재영의 콜라주 작품 '단단하다' 등을 캔에 입혔다. 맥주 이름이나 알코올 도수 같은 정보는 작은 스티커에 따로 인쇄해 캔에 붙여준다.

    '더 핸드앤몰트'는 지난 6월 캔맥주 '케이바이스'를 출시하면서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내세우는 디자인 회사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해 라벨을 디자인했다. 케이바이스는 김치 유산균을 발효시킨 맥주로, 이번에 맛을 개선해 캔맥주를 새로 내놨다. 배추를 손에 든 캐릭터를 라벨에 그려 넣어 맥주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잔부터 명함까지 통일된 디자인

    라벨은 물론 잔·접시 같은 도구나 글씨체까지 일관된 콘셉트를 적용, 디자인에 작심하고 공을 들인 곳도 있다. '테트라포드 브루잉 컴퍼니'는 디자인 회사 '플러스엑스'가 차린 맥주 회사다. 부산 부전동에 펍(pub·맥줏집)을 내고 직접 빚은 맥주를 포함한 국내외 맥주를 판다. 짧은 콘크리트 기둥이 네 방향으로 뻗은 방파제 구조물 '테트라포드(tetrapod)'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우선 테트라포드를 형상화한 로고를 잔과 잔 받침, 직원 명함에 넣었다. 잔 3개를 놓을 수 있는 전용 쟁반과 생맥주 탭도 테트라포드를 활용해 만들었다. 메뉴판이나 웹사이트의 서체도 비슷한 느낌으로 새로 디자인했다. 플러스엑스 변사범 대표는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빨리, 오래 기억하는 각인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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