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파리 묘지 산책

  • 박미정 환기미술관장

    입력 : 2017.08.09 03:05

    박미정 환기미술관장
    박미정 환기미술관장
    파리는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유학 마치고 돌아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산책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센 강변과 파리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곳을 날마다 걸었다. 가장 특별했던 산책은 "근대 조각의 걸작들은 공동묘지에 다 모여 있다"는 글을 읽고 찾아간 파리의 공동묘지들이었다.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는 파리 시내 동쪽에 있는데 입구에 따라 지하철역이 다를 정도로 넓다. 나폴레옹이 교회 묘지에 묻힐 수 없던 무신론자나 비기독교 신자, 자살한 이들에게도 '묻힐 권리'를 주기 위해 만든 묘지란다. 다양한 예술 양식의 유택과 애절한 포즈의 감성적 조각이 새겨진 비석들이 가로수 길 따라 늘어서 있다.

    주변 주택가와 어우러진 공원 같은 묘지엔 삶과 죽음의 세계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었다. 나는 발자크와 드라크루아를 지나 짐 모리슨, 에디트 피아프, 이사도라 던컨과 쇼팽의 무덤을 돌아 걷곤 했다. 몇 해 후에는 산책하는 길목이 늘어났다. 작은 산대나무들이 단아한 비석을 둘러싼 이응로 화백의 묘지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졸라와 스탕달, 밀레, 드가 등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몽마르트르 묘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보들레르와 모파상이 쉬고 있는 몽파르나스 묘지에서는 내 젊은 영혼을 보듬어준 예술가들과 침묵의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설계했던 추억이 남아 있다. 나의 묘지 산책은 파리 북쪽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묻힌 고흐 형제의 묘지부터 남프랑스 생 폴 드 방스의 샤갈이 묻힌 공동묘지까지 일종의 순례가 되었다.

    [일사일언] 파리 묘지 산책
    매년 7월이면 김환기 화백 부부의 무덤이 있는 뉴욕에 다녀오니 묘지 순례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올해도 두 분 비석 앞에 꽃다발을 놓고 프랑스 담배 골루아즈를 피워 드렸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묘지를 산책하다 보면 내 삶의 갈등과 고통의 일부가 저절로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지역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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