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안 내는 사람, 美 33% 日 15% 英 6%… 한국은 47%

  •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

    입력 : 2017.08.09 03:09

    [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오늘의 주제: 정부, 면세 근로자 급증 문제는 놔두고 부자만 표적 증세 하겠다는데…

    - 한국 월급쟁이 절반이 소득세 '0원'
    연말정산 세액공제 등 세법개정 효과 2013년 32%서 2015년 47%로 급증

    - 고소득자가 더 내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도 상위 20%가 소득세 91% 감당… 면세자 서서히 줄여 조세 왜곡 없애야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 있다.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 납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우리 국민 중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거의 모든 국민이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간접적 세금을 평소에 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고 있느냐, 그러지 않느냐 하는 문제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5년 기준으로 근로자 1733만명 중 46.8%인 810만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였다.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총급여에서 여러 항목을 공제한 다음 세율을 적용해 계산해보니 소득세가 '0원'이 된 사람을 말한다. 대개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층이다. 이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내게 해서 생계에 지장을 주면 곤란하다. 그러나 면세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중에서 지금처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면세 근로자 비중은 2013년 32.4%였다가 2014년 갑자기 48.1%로 급등했고, 2015년에는 46.8%에 이르고 있다. 면세 근로자가 급증한 이유가 있다. 2013년 근로소득세를 계산할 때 교육비·의료비·보험료 등을 차감해주는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쪽으로 세법(稅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는 세금 내는 기준 액수를 줄여주는 방식이고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 액수를 먼저 산출한 뒤 일정액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대체로 고소득자에게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취지로 소득세 산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때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종전에 비해 세금이 늘어 나지 않는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 실제로 연말정산을 해보니 5500만원 이하 근로자도 세금을 종전보다 더 내는 사례가 여럿 나왔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터진 게 이른바 '연말정산 파동'이다. 이것을 달래고자 세법을 추가 개정하면서 면세자가 급증하게 됐다.

    면세자가 많아지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득 재분배에도 악영향을 주고 고소득층이 아래 소득 층으로 세금을 떠넘기는 일도 벌어진다. 예를 들어 기업 고위 임원들이 소득세 부담을 줄이고자 이사회를 통해 급여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직원들이 받게 될 급여 상승률이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얼른 눈에 안 보이는 방식으로 세금 전가가 이뤄지면 파장이 작지 않아서 궁극적으로 거의 모든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 종합소득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직원들 월급을 깎거나 투자를 줄여 손해를 줄이려고 시도하는 것도 세금이 전가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다.

    면세자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 문제는 그 비율이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면세자 비율은 32.5%였고, 일본은 15.4%였다. 독일은 2012년 기준으로 16.4%였으며, 2013년 기준으로 호주(25.1%)와 영국(5.9%)도 면세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급여 총계 상위 10%가 소득세의 75.8%를 내고, 상위 20.2%가 90.5%를 내고 있다. 미국은 상위 39.5% 국민이 84%의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더 무겁다는 뜻이다.

    현대 국가의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자일수록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세금은 국민이면 누구나 조금씩 분담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소득세도 면세자 비율을 너무 높여 고소득자에게 과중한 세금 부담을 가하면 소득세의 단계적 누진성을 망가뜨리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이 지나치게 고소득층에게 편중되면 사회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초(超)대기업 및 초고소득자에 대해 세율을 인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고 했다. 현 정부는 자칫 서민 증세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는 면세자 축소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면세 근로자 축소는 인위적으로 추진하면 저항을 부른다. 면밀한 정치적·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실업난, 가계 부채 등으로 저소득층이 생활고를 겪는 상황에서 면세자 축소를 급격히 해소하려 들면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임금 상승률을 연 3%로 가정하면 현재의 면세자 비중은 5년 후에 36.7%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은 그대로인데 임금이 오르다 보니 자연히 면세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면세자가 줄어드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소득세의 왜곡된 누진성까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세수에 어려움이 예고된 문제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면세자의 적정 수준에 대한 국가 차원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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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의 대가로 받는 소득에 부과하는 근로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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