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골프인생과 비틀즈 그리고 럭키세븐

    입력 : 2017.08.07 16:22

    김인경. 사진제공=한화골프단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요(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 "당신은 평생 자유로워질 순간만을 기다려왔어요(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be free)."
    김인경. 사진제공=한화골프단
    '오뚝이' 김인경(29·한화)이 가장 좋아하는 영국 록 밴드 비틀스의 1968년 앨범 수록곡 '블랙버드(Blackbird)'의 일부. 마치 '세리 키즈' 김인경의 골프인생을 함축해 놓은듯한 가사다.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김인경은 2008년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무대는 '롱스 드럭스 챌린지'였다. 탄탄대로였다. 2009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인경은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정상에 섰다.
    그러나 늘 장밋빛인 인생은 없다. 김인경에게도 어둠이 찾아왔다.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18번 홀. 불과 30㎝ 우승 퍼트를 놓쳤다. 메이저 우승도 놓쳤다. '멘붕'이었다. 거침 없이 날던 날개가 부러진 순간. 트라우마 같은 여파는 깊고도 길었다. 이후 김인경은 5년간 LPGA 투어에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4년과 2016년 ISPS 한다 레이디스 유럽피언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LPGA 투어에서 우승을 맛본 건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
    악몽 같은 5년. 김인경은 부러진 날개로 몸부림 쳤다.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서였다. 쉽지 않았다. 마음의 부담이 무거웠다. 비상을 가로막았다.
    내려놓아야 했다. 김인경은 비틀스의 또 다른 곡 '헤이 주드(Hey, Jude)'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폴 매카트니가 동료 존 레넌의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이 곡에는 "나쁘게 생각하진 마(Hey, Jude, don't make it bad).",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진 마(Don't carry the world upon your shoulders)" 등의 치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홀가분해지기로 했다. 이 가사처럼 김인경은 자책 대상일 뿐이던 자신에게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2012년 실수한 이후 실망감이 컸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코스 안팎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려고 했다. 이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인경의 골프인생은 비틀스의 가사대로 흘렀다. 6일(이하 한국시각) 김인경은 5년 묵은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었다. 무대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이었다. 공교롭게도 우승한 골프장이 비틀스의 고향(리버풀)과 차로 4시간 떨어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였다. 김인경은 최종 라운드에서 한 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2위 조디 유와트 새도프(잉글랜드)를 두 타차로 따돌리고 메이저 우승컵에 입 맞췄다.
    메이저 우승은 김인경의 세계랭킹을 수직상승시켰다. 7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인경은 9위를 기록해, 지난주 21위에서 무려 1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김인경의 별명도 '불운의 아이콘'에서 '럭키 세븐'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7'이란 행운의 숫자는 김인경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줬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른 연습라운드 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했다. 이 때 사용한 클럽은 7번 아이언이다. 다음날 대회 1라운드에선 7언더파 65타를 쳤다. 개인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인경은 통산 톱 10 횟수도 70번으로 늘렸다.
    김인경의 우승 타이밍도 적절하다. LPGA 투어는 휴식기에 돌입한다. 한화골프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인경은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서 2주간 휴식을 취하면서 오는 24일부터 열릴 캐나다 여자오픈을 준비한다. 출전 신청은 해놓은 상태지만 아직 출전 여부를 확정한 건 아니다. 캐나다 대회를 건너뛰면 귀국 일정이 당겨질 수도 있다. 김인경은 빠르면 이달 중순 한화클래식 출전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태극낭자들이 LPGA 투어에서 수집한 트로피는 12개(22개 대회)로 늘어났다. 2015년에 세운 최다승 기록(15승) 경신에 녹색 신호등을 켰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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