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회담 내내 사드 압박… 강경화, 보복 철회 말도 못 꺼내

    입력 : 2017.08.07 03:03

    [ARF서 韓·中 외교장관 회담]

    = 中 "찬물" "잘못된 행동" 거친 표현
    "사드가 ICBM 막을 수 있나, 한국 이익에 부합하나" 공세

    - 韓·美 외교 회담선
    美 "사드 추가배치 큰 의미 있어"… 韓·美 미사일지침 조기개정 합의

    - 아세안, 이례적 北비난 성명
    "北, 안보리 결의 이행하라" 촉구, '한반도 비핵화 지지' 첫 명문화

    중국 측은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비난'에 회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사드와 관련, "한·중 관계에 찬물" "과거 (한국의) 잘못된 행동" 등 '비외교적' 언사를 이어갔다. 이날 한·미 등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의 연쇄 회담이 대부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규탄과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 확인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됐다.

    강 장관, '사드 보복 철회' 언급 못 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뒤 왕이 부장과의 정식 외교장관 회담은 이날이 처음이다. 하지만 왕 부장은 강 장관과 악수할 때도 웃지 않았고, 회담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공개 모두발언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과거 잘못된 행동과 중국 측의 정당한 관심 사항에 대한 배려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이것은 우리 양국 관계의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시작했다. 형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중국 관계 개선 의지를 평가하면서 한국의 사드 배치가 '과거의 잘못된 행동'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개선되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했다.

    필리핀 ARF서 만난 韓·美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6일 오후(현지 시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필리핀 마닐라 한 호텔에서 한·미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필리핀 ARF서 만난 韓·美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6일 오후(현지 시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필리핀 마닐라 한 호텔에서 한·미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왕 부장은 일방적 '강연' 수준으로 사드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뒤 왕 부장은 기다리던 기자들에게도 "강 장관에게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있는가' '왜 이렇게 빨리 사드를 배치했는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등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안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국의 관심사가 중국의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사드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상적 발전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사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은 55분으로 늘어났다.

    강 장관은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도발로 위협이 고조됐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이며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왕 부장에게 "사드 보복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는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사드 보복 철회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틸러슨 "중국 결의 이행이 관건"

    이에 앞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새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와 관련 중국의 결의 이행을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과정에서 'implement(이행)'가 아닌 'enforce(집행)'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결의 이행을 알아서 하라고 맡기는 게 아니라 이행 여부를 감시하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 조치도 취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강 장관은 틸러슨 장관에게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아세안 장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베를린 구상의 정책 기조가 도발 억지 노력과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강 장관이 최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자, 틸러슨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했다. 양 장관은 또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조기에 시작하기로도 합의했다.

    이에 앞서 5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할 것"을 촉구했다. 아세안 국가끼리만의 논의에서 이 같은 별도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성명은 "평화적 방식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를 지지한다"며 "한반도 내 항구적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 관계 개선 구상을 지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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