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원전 DJ, 전문가 조언 듣고 공부… 1년뒤 원전 찬성 '목포 선언'

입력 2017.08.07 03:11

[28년前 DJ "자원 빈국서 불가피"… 脫원전 정국서 다시 주목]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등으로 野평민당, 원전 중단 주장
DJ "과학적 타당성 검증하자"
결국 '건설 불가피' 결론 내려… 이후 원전 위주 에너지정책 유지

당시 이종훈 前 한전 사장
"DJ, 실증적 조언 듣고 입장 바꿔… 한국 원전기술 자립 전환점 돼"

원전 중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약 30년 전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했던 이른바 '목포 선언'이 회자되고 있다. 1986년 4월 체르노빌에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직후인 1987~1989년 우리나라에선 한빛(영광) 원전 3·4호기 건설을 둘러싸고 탈(脫)원전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평민당은 안전성 등을 문제 삼으며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1년여 동안 공부를 하고 고민한 끝에 '우리 상황에서 원전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체르노빌 사고 여파가 세계를 흔들던 가운데 당시 우리나라에선 전임 정권이었던 전두환 정부가 한빛 원전과 관련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함께 나왔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찬핵과 반핵 논쟁이 커졌다. 당시 야당이던 평민당은 원전 사업 반대 입장이었다. 지역적으로도 한빛 원전 3·4호기가 평민당 핵심 지지 기반인 전남(영광)에 건설되는 것이어서 당력(黨力)을 집중했다. 당시 한빛 원전 3·4호기 개발 책임자였던 이종훈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평민당은 원전 개발에 대해 1989년까지 묵시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 있었고, 지지자들도 원전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당시 국회 동력자원위 소속으로 전남 출신인 조희철(2014년 작고) 의원이 반핵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무조건 반대를 지시한 게 아니라 우선 철저히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해보라고 했다"고 당시 참모들은 말했다. 이종훈 전 사장은 "극렬하게 원전 건설을 반대하던 조희철 의원도 직접 미국까지 가 원전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연구하더니 1년 만에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김 전 대통령도 이런 참모와 전문가들로부터 실증적·과학적 기술에 대한 조언을 듣고 국가 에너지 정책이란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자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 본인도 반핵 논쟁이 거세지자 '원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직접 원전 관계자 등을 만나고 자신의 비서 출신인 홍기훈 의원을 통해 관련 자료도 수집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1989년 11월 2일엔 국회 경제과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원전 건설 문제를 놓고 이상희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과 토론도 벌였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빌리 브란트(독일 전 총리)씨하고 얘기를 해보니 독일에서도 원전 반대가 많고, 그분이 속한 사민당도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당분간은 원자력발전소를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이 "(대체에너지는) 2000년대 전체 에너지의 3% 정도로 일단 전망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앞으로 에너지의 주류를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해야 한다는 그런 건가"라고 했다.

그 직후 김 전 대통령은 1989년 11월 28일 '원전 건설 불가피론'을 담은 '목포 선언'을 내놓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전남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반대 시민단체로부터 원전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적어 원자력 에너지의 개발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사정에서는 (원전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최근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났는데 그 나라는 원자력발전소 55개가 있지만, 지방마다 원전을 유치하려고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원자력이 문화·교육 시설을 만들어주고, 지방인에게는 고용 증대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면서 "내가 전문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생각처럼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안전 문제에 신경을 써서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 이후 평민당과 반핵 단체 세력의 조직적인 원전 반대 운동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김 전 대통령의 목포 선언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 자립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당시 평민당 소속으로 국회 경제과학위원장이던 유준상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도 원래 반핵에 가까운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고민한 끝에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정치는 민주주의, 경제는 과학기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다"며 "전력 문제 해결과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집권 뒤에도 '원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유지할 것을 천명했다. DJ 정부 때 경제 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국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대통령이었다"며 "(탈원전 정책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자기 식견을 고집할 게 아니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인물정보]
DJ 100주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키워드정보]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30년, 사람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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