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음악은 당신을 '삶의 근원'으로 뛰어들게 하죠"

    입력 : 2017.08.07 03:03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산문집 '음악 혐오' '부테스' 국내 출간]

    연주자 집안 출신 프랑스 작가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 토대로 음악의 탄생과 매력 풀이
    "현대사회 음악 남용 경계해야"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산문집 '음악 혐오' '부테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69)의 음악 산문집 '음악 혐오'(김유진 옮김·프란츠)와 '부테스'(송의경 옮김·문학과지성사)가 잇달아 나왔다. 300년 동안 오르간 연주자들을 배출한 집안 출신인 키냐르는 어릴 때부터 오르간 외에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익히며 자랐다. 그는 1991년 바로크 음악의 미학을 다룬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을 발표했고, 그 영화의 시나리오도 직접 써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바스티유 음악제의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한동안 음악을 멀리한 채 창작에 몰두해 2002년 소설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 문학상을 받았다.

    키냐르의 음악 산문집은 음악의 근원과 비밀을 시적(詩的) 몽상의 언어로 그려낸 책이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한 작가가 고대 신화와 문명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악이 인간에게 건 마법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다. 음악을 무조건 숭배하는 여느 음악 해설서와는 다르다. 음악에 대한 작가의 애증(愛憎)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키냐르는 1996년 '음악 혐오'를 발표하면서 "음악 혐오라는 표현은 음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8년 '부테스'를 내면서는 "슬픔의 세계 끝까지 갈 용기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음악이다"라며 음악을 예찬했다.

    “음악은 신체가 호흡을 시작하기도 전에 심장과 연결된 것”이라고 한 파스칼 키냐르.
    “음악은 신체가 호흡을 시작하기도 전에 심장과 연결된 것”이라고 한 파스칼 키냐르. /문학과지성사

    키냐르는 '음악 혐오'에서 음악을 공포와 연결시켰다. 인간이 자연에 맞선 투쟁이나 죽음의 굴레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달래기 위해 음악이 원시시대의 언어 공동체 속에서 탄생했다고 봤다. 노래, 연주, 언어를 통해 인간은 삶의 고통을 잠재워 왔다는 점에서 "음악은 슬픔 위에 망각의 헌주(獻酒)를 따른다"는 것. 그러나 키냐르는 현대사회의 음악 악용을 지적했다.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유태인들이 음악을 들으며 학살당했다는 것. 음악 청취의 수동성이 인간 예속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얘기다. 더구나 요즘엔 음악이 온갖 매체를 통해 남용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공격한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으로부터 멀어지라"고 주문했다. 음악을 가만히 듣지만 말고 의심하고 생각하라는 것.

    하지만 키냐르는 산문집 '부테스'에선 "본래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물로 뛰어드는 욕망"이라며 음악의 힘을 드높였다. 그리스신화에서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바다에 뛰어든 부테스를 지목했다. "모든 음악에는 느닷없는 호출, 시간의 독촉, 마음을 뒤흔드는 역동성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를 이동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음의 원천을 찾아가게 만든다"는 것. 신생아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니를 음성을 통해 알아보듯이, 인간은 음악을 들으며 삶의 근원으로 투신한다는 주장이다. 진정한 음악은 인간을 사회에 묶어두는 '구원의 음악'이 아니고, 인간으로 하여금 사회로부터 이탈해 순수하게 본질을 향해 뛰어들게 하는 '파멸의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으로 소용돌이치면서 우리의 기반을 이루는 무엇 속으로 우리는 휩쓸려 들어간다"고 음악의 마법을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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