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은 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이 민간인 3500명 정도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3500명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번에 발표한 사이버 '외곽팀'은 일부고 별도의 온라인 여론조작팀이 추가로 있다고 보고받았다. 전체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외곽팀'이 일부분인 것만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활동한 민간인) 숫자는 (활동) 시기에 따라 다르고 (사람이 아니라 댓글) ID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사가 더 필요하다"면서 "전체 규모와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파악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꾸린 국정원 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TF는 2012년 대선 댓글 개입 사건 등과 관련해 이른바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 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간 조사 결과를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원세훈 원장 시절 30개팀 3500여명에 이르는 사이버 외곽팀을 구성했고 이들에게 매달 3억원 안팎, 한 해 30억원을 지급했으며 팀장급에는 매달 300만~700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당 등에선 "1인당 평균 한 달에 10만원이 안 되는 돈을 주고 팀을 유지했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전원에게 같은 금액을 줬다면 1인당 한 달에 7만원 정도를 준 셈이고, 직급에 따라 나눠 줬다면 대부분은 그보다 덜 받았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한국당 쪽에선 "뭔가 부풀려졌거나 실체가 없는 인원 숫자"라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3500이란 숫자가 맞는지, 알파팀에 한 해 30억원이 지급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사이버 외곽팀이 30개팀으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번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의혹은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이 포함된 알파팀 등 총 30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는 게 골자다. 국정원은 전날 중간 조사 결과를 담은 보도 자료에서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 목적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과 소셜 미디어 등에 친(親)정부 성향의 글을 게재해 국정 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며 보수·친여 성향의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TF의 향후 조사는 사이버 외곽팀에서 활동한 민간인 인력과 이들에게 지급된 예산 규모, 이들의 댓글 활동 내역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오는 30일 파기 환송심 선고를 앞둔 원 전 원장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사이버 댓글 활동 등에 동원된 조직과 인력이 그동안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고 민간인도 개입됐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자 처벌 문제 등을 판단해 검찰에 넘길 것은 넘길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에서 사이버 여론팀을 운용했다는 사실은 지난 정부 당시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진 바는 있었다. 지난 2013년 검찰과 경찰 수사 당시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의 규모는 총 4개팀 80여명이었다. 원세훈 전 원장 사건 관련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심리전단 사이버팀은 3차장 산하 안보 1·2·3·5팀 등 총 4개팀이었다. 이 4개팀 내에 30개의 소규모 팀이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이 외에 26개의 팀이 더 발견된 것인지에 대해선 TF 측은 밝히지 않았다.
원 전 원장 변호인은 이 같은 국정원 조사 결과에 대해 본지 통화에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구체적인 심리전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치권 공방도 시작됐다. 이번 조사는 이명박 정부 주요 인사들 수사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이날 "몸통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국가기관 동원 국기 문란 범죄"라며 수사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가 댓글 조작을 지시한 바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원이 심야에 보도 자료를 내는 등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