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발전위가 3일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댓글팀 30개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500명이 매년 30억원의 예산을 썼다는 보도에 대해 발전위 측은 "조사 중"이라고 했으나 댓글팀 규모가 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민간인 동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을 접수하면서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수년에 걸쳐 회사원, 주부, 학생 등에게 돈을 주고 인터넷 여론 조작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당시 일부 인터넷 공간이 북한 사이버 전력에 오염됐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공작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었다. 그에 대해 이명박 정권 인사들도 '어리석었다'고 지적한다.
댓글팀 활동이 2012년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파문은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번졌다. '박근혜 후보가 덕을 봤다'는 야권의 대선 불복 정서, 검찰 댓글수사팀 항명 등으로 정치 사건화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년여 전 대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상태에서 오는 30일 파기 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그저께 국정원 발표는 그 와중에 나왔다. 검찰 재수사도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전모를 밝히되 정치 보복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원세훈 국정원에 분노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인터넷 공간 역시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운지 의문이다. 한 포털사이트는 이용자 다수가 요청하면 댓글이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러자 특정 성향 이용자들이 우르르 게시판으로 몰려가 마음에 안 드는 댓글들을 없애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 기간 한 사람이 1만 개의 댓글을 달 정도였다고 한다. 반대글로 도배해 수적으로 압도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한쪽 의견만 달린 게시판이 세상 여론인 줄 안다. 또 다른 형태의 여론 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