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승부수… 고노 아들·반대파 여걸 발탁

    입력 : 2017.08.04 03:32

    [내각 19명 중 14명 교체… 지지율 20%대 추락에 대규모 개각]

    고노 외무상, 야스쿠니 참배 반대… 노다 총무상, 아베 비판 '유명세'
    아소 부총리 등 주축들은 유임
    아베노믹스·안보 강화 위해 강경파 오노데라에 국방 맡기고
    정책통 모테기에겐 경제 맡겨

    3일 오후 6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재집권 후 최대 규모 개각을 단행해, 전체 각료 19명 중 14명을 교체한 직후였다. 그는 "사학 스캔들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점을 다시 한 번 반성한다"면서 상반신을 깊숙이 수그렸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크게 변한 상황에서 '헌법을 어떻게 해야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반드시 하겠다고)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했다. 개헌을 추진하겠지만, 지금처럼 독주하진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은 지난 5월 사학 스캔들이 터진 뒤 석 달 내리 지지율이 급락해 20%대로 떨어졌고,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정권 존립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왔다.

    아베 총리가 '반전 카드'로 꺼내 든 게 이날 개각이었다. 그는 이날 전체 내각 3분의 2를 물갈이했다. 마이니치신문, NHK 등 일본 언론은 "정권의 중심축은 그대로 뒀지만, 자신과 정치색이 다르거나 내놓고 대립했던 인물을 발탁해 지지율 반전을 노렸다"고 분석했다.

    ◇아베의 승부수

    아베 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유임시켰다. 아소 부총리는 자민당 주요 파벌 리더이자, 총리와 정치색이 일치할 뿐 아니라 집안끼리 혼맥도 얽힌 '총리의 혈맹'이다. 스가 장관은 재집권 후 5년간 정권 운영 실무를 도맡은 '총리의 복심'이다.

    대신 아베 총리는 자신과 정치색이 다른 두 사람을 전격 발탁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총무회장을 총무상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규제개혁상을 외무상으로 기용한 것이다.

    노다 신임 총무상은 1998년 오부치 정권 때 남녀 통틀어 전후 최연소 입각 기록(당시 37세)을 세웠다. 2015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는 아베 총리와 각을 세워 일본 신문 정치면을 도배했다. 당시 아베 총리 측은 혼자 출마해 당선되는 '무투표 재선'을 추진했다. 노다 총무상이 자신도 출마하겠다고 나서자, 아베 총리 참모들이 자민당 요소요소에 '노다를 도와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 결국 노다 총무상은 후보 등록 마감 날 아침 "등록 조건인 '20명 추천'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포기했다. 그러면서도 "열려 있는 자민당에 있고 싶다"고 끝까지 할 말을 했다. 정치적으로는 강단이 있지만 상냥한 성격으로 '부드러운 여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노 신임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장남이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온건 개혁 성향이고, 친화력과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자민당 내에서 아소 부총리 파벌에 속해 있지만, 역사 문제나 한·중 외교 같은 각종 현안에 대해 자민당 매파들과는 시각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노다 총무상에게는 '늘 따끔한 소리를 해 달라'고, 고노 외무상에게는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하면서 한·중 관계도 잘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안보 라인 강화

    아베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아베노믹스·안보 라인 강화'였다. 그는 "정권 잡을 때의 초심으로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겠다"며 자민당 정책통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경제재생상으로 발탁했다. 자민당 매파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도 재기용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아베 총리가 재집권 첫해 방위상을 맡겼던 인물로, '자위대의 공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선을 견지해왔다.

    아베 재집권 후 5년간 외무상을 맡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외무상 유임을 고사하고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으로 옮겼다.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인 기시다 전 외무상은 개각에 앞서 "내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을 여러 차례 관저에 전했다고 한다. 외교 현안과 해외 순방 스케줄에 매여 있는 외무상 자리에서 벗어나 당내 기반을 다진 뒤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 때 '차기 총재 및 차기 총리'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개각에 대해 "아베 총리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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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아베, 개각하자 마자 '방위전략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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