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미국의 합법 이민자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 영어에 능통하고 특정 기술을 보유한 이민 신청자를 선별하겠다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주력했던 불법 이민자 단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합법 이민자에 대한 빗장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고용 강화를 위한 미국 이민 개혁 법안'이란 이름의 개정안을 발의한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 의원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 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함께 개정안을 공개했다.

수정 법안은 현재 연간 100만명에게 주는 그린카드(영주권)를 10년 내로 50만명으로 줄이고, 시민권자 가족에게 발급되는 그린카드 범위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까지 그린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형제·자매와 성인 자녀에게는 그린카드 발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反이민 항의 ‘신발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이민 정책을 발표한 2일(현지 시각) 뉴욕 파크 애비뉴를 지나던 시민들이 JP모건체이스 본사 앞에 줄지어 놓인 신발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 이 신발들은 합법 이민자의 수를 10년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이민법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민자 출신 시민 100여 명이 신발들을 전시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그렸다고… 이 그림이 3200만원 ]

또 심사에 등급제를 도입해 영어 능력과 보유 기술, 학력, 연봉이 높은 이민 신청자를 우대할 방침이다. 현재 합법 이민에서 64%를 차지하는 가족 이민을 줄이고, 미국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가려서 받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어를 할 줄 알고,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금전적 능력이 있으며, 우리 경제에 기여할 만한 기술을 가진 이들을 우대할 것"이라고 했다.이 법안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국은 더는 이민자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새 이민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수석 정책 고문과 기자단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CNN 기자가 "새 이민법대로라면 영국·호주 등 영어권 근로자들만 미국에 입국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밀러 고문은 "당신 말은 (영어권 외에) 영어를 잘하는 수백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모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를 거론하며 "새 이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마 NYT도 외국에서 온 미숙련, 저임금 근로자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