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키스', 한국과 첫 키스

    입력 : 2017.08.04 03:02

    [오늘의 세상] 3.3t 걸작이 소마미술관에 온 날

    유럽 처음 벗어난 순백의 '키스'… 15t 크레인으로 조심조심 안착
    "살아있는 연인처럼 눈부시다" '英테이트 명작전-누드' 11일 개막

    테이트 명작전―누드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출발한 지 300여 일. 시드니, 오클랜드를 거쳐 서울에 당도한 귀한 '손님' 맞이로 소마미술관은 3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신(神)의 손'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이 순백의 대리석으로 빚은 '키스(Kiss)'. 전 세계 석 점밖에 없는 걸작으로 유럽 대륙을 벗어나 사상 첫 세계 순회에 나선 이 에로틱한 조각상은 오는 11일 소마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에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자리한 소마미술관에 도착한 '키스'는 무게가 3.3t이나 돼 전시장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서울보다 먼저 순회전이 열린 시드니와 오클랜드 미술관에선 운송 중 무게를 이기지 못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사건'이 벌어져 서울에선 15t 크레인으로 이동시켰다. 운송 책임을 맡은 테이트미술관 크리스 히긴스(Higgins)씨는 "공중에서 실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고 했다. 겹겹이 두른 포장을 벗고 마침내 '키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미술관 직원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정나영 소마미술관 학예부장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미술관에 가서 '키스'를 먼저 봤는데 다시 봐도 살아있는 연인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며 웃었다.

    ‘키스’의 보험료는 375억원 3일 서울 소마미술관에 ‘키스’를 앉힌 뒤 살펴보는 테이트미술관 설치 전문가 샘 모건씨. 보험가액만 375억원에 달하는 ‘키스’는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철판을 새로 깔았다.
    ‘키스’의 보험료는 375억원 3일 서울 소마미술관에 ‘키스’를 앉힌 뒤 살펴보는 테이트미술관 설치 전문가 샘 모건씨. 보험가액만 375억원에 달하는 ‘키스’는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철판을 새로 깔았다. /박상훈 기자

    로댕의 '키스'는 남녀 간 사랑을 묘사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미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조각상의 주인공은 단테의 '신곡' 지옥(Inferno) 편에 등장하는 파올로 말라테스타와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두 사람은 불륜 사실을 알고 격분한 프란체스카의 남편에 의해 살해된다.

    '키스'는 본래 로댕 대표작인 '지옥의 문'을 장식하기 위해 청동으로 만든 높이 74㎝의 작은 조각상이었다. 이 조각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로댕은 석고와 테라코타, 청동으로 여러 개의 소형 '키스'를 만들었다. 실물 크기 대리석 '키스' 세 점은 그 이후 제작된 것으로, 이번 전시에 온 '키스'는 로댕이 영국에 살던 미국인 컬렉터 에드워드 페리 워런의 의뢰로 제작한 두 번째 대리석상이다. 워런은 파리 뤽상부르미술관(현재는 로댕미술관 소장)에 소장된 첫 번째 대리석 '키스'와 똑같이 만들되 남성의 성기(性器)를 실물처럼 완성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키스'는 워런 사망 후인 1953년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하게 됐다. 테이트미술관 보존학자인 최윤선(45)씨는 "보존·운송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지만 무게 3t이 넘는 '키스'를 세계로 순회시키는 데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며 "'키스'가 다시 유럽 대륙을 벗어날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마미술관에는 '키스' 말고도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 '프시케의 목욕' '닫힌 사랑' 등 전체 전시작 122점 중 절반 이상이 설치됐다. 총 보험가액은 3500억원. 설치 책임자인 테이트미술관 샘 모건(Morgan)씨는 "'키스'만큼 운송·설치가 어려웠던 작품이 에드가르 드가의 '베드타임'이었다"며 웃었다.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기 쉬운 파스텔 작품"이라서다. 오는 12월 25일까지 열리는 '테이트 명작전―누드'는 개막 전 특별 이벤트로 현재 티몬(www.ticketmonster.co.kr)에서 입장권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전시 문의 (02)801-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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