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데로 새는 청년수당… 보고만 있을건가요

    입력 : 2017.08.04 03:02

    [서울시, 취업 준비와 무관한 곳에 써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없어 허점]

    - 일부 청년들, 부정 사용법 공유
    "물건 산 뒤 휴대폰 결제 이용땐 통신비로 처리… 市서 추적못해"

    - 부산·경기, 후불 정산으로 깐깐
    자비로 먼저 체크카드 쓰면 사용내역 검증후 돈 입금해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최장 6개월간 매월 50만원씩을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의 사용처 확인 절차가 허술하다. 수혜자가 '구직활동 지원'에 쓰도록 되어 있는 돈을 아무 곳에나 써도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청년수당 대상자 5000명을 선정해 지난달부터 수당을 지급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돕자는 것이 취지다. 시는 유흥·사행·레저 업종 점포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는 체크카드(일명 클린카드)를 준다. 수혜자는 이 카드로 원서 제출·학원 수강·시험 응시 등 직접적인 구직 활동뿐 아니라 식비·교통비·통신비 등 간접활동에 써도 된다. 카드로 결제하면 그 내역이 남기 때문에 부정의 소지가 적다.

    하지만 일부 수혜 청년들이 정당하지 않은 곳에도 카드를 쓸 수 있는 '꼼수'를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수혜자 160여 명이 가입해 있는 단체 카톡방에는 '현금 사용 시 영수증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러자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 없이 현금을 왜 썼는지 이유만 쓰면 된다' '영수증이 없으면 가라(가짜)로 내역을 적으라'는 답이 올라왔다. '클린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선 모바일 결제 방식을 이용하라'는 조언도 올라왔다. 휴대폰 결제를 이용해 원하는 물건을 산 뒤, 이를 통신비 명목으로 처리하면 시가 추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엉뚱한데 쓰는 팁 공유하는 청년들 그래픽

    카톡방에선 '수당 계좌와 연동된 현금카드를 만들면 은행(우리은행)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아무 은행의 ATM에서도 돈을 뽑을 수 있다'는 내용까지 공유되고 있었다. 서울시는 "현금 사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소명이 가능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 8월 4일 만 19~29세 청년 2831명에게 현금 50만원씩을 지급했으나 보건복지부가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이 미흡하다'며 곧바로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는 바람에 사업을 중단했다. 복지부는 서울시와 협의 끝에 직권취소 8개월 뒤인 지난 4월 이 사업을 허가했다.

    이런 유형의 청년복지는 성남시가 작년 1월 가장 먼저 도입했다. 3년 이상 성남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 모두에게 25만원어치의 지역 상품권을 분기마다 지급하고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 9곳이 청년수당 제도를 시행 중이다.

    서울 외에 부산과 경기도가 체크카드 지급 방식을 쓴다. 부산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최대 240만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디딤돌카드' 신청을 받고 있다. 수혜자가 먼저 자기 돈을 체크카드 계좌에 넣어서 쓰고, 시가 사용처를 검사한 다음 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통신비, 식비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부산처럼 경기도 역시 엄격하게 사용 내역을 살펴본다.

    인천·대전은 복지포인트, 강원은 지역 상품권을 나눠준다. 광주는 공공근로 등에 참여한 청년에게 교통카드와 현금을 주고, 경북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복지카드를 발급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유권자인 청년을 겨냥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며 "지자체는 청년수당 대상을 축소하더라도 꼼꼼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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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 6개월 동안 한 달에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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