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같은 인도 출신 스님 "제가 소띠라 일이 많은가봐요"

    입력 : 2017.08.04 03:02

    [올해 20주년 강화도 '연등국제선원' 주지 혜달 스님]

    17년전 한국 와 '성철스님 손자'돼
    "석 달간 하루 11시간씩 정진하는 한국 선불교는 색다른 매력"
    법회·기도·잡초베기까지 一當百… 템플스테이 찾는 외국인 年500명
    "은사 뜻 이어 해외 포교 나설 것"

    혜달 스님

    "제가 소띠(1973년생)라서 그런지 일이 많네요."

    2일 오후 인천 강화 연등국제선원에서 만난 주지 혜달(44) 스님. 그가 인도 사람임을 알고 만났음에도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처럼 보였다. 외모 때문이다. 그는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의 차크마족(族) 출신. 스님이 설명한다. "저희 차크마족은 몽골리안이에요. 한국 사람들처럼 태어날 때 몽고반점도 있어요. 저희는 인도에서 소수(약 100만명)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언어를 금방 배워요. 힌디어, 영어, 지역어 다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한국어도 비교적 금세 배웠어요."

    그런 외모와 한국어 실력 탓에 그는 '외국인 어드밴티지'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백인이 저만큼 한국어 말하고 염불하면 상당히 칭찬 들을 텐데, 저에게는 항상 '모자란다'고 타박하시지요" 하며 웃는다.

    혜달 스님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0년. 그는 인도에서부터 스님이었다. 18세에 출가해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님 신분으로 콜카타의 한 고교에서 교사로 있던 중 이곳을 방문한 범패(梵唄)의 대가 동주 스님 그리고 신도와맺은 인연으로 한국으로 오게 됐다. 동주 스님을 모시고 서울 홍원사에 머물면서 한국어도 배우고 불교 의식(儀式)도 익히던 중 은사인 원명(圓明·1950~2003) 스님을 만나 2001년 사미계를 받고 '한국 스님'이 됐다. 원명 스님은 한국 현대 불교의 거목 성철 스님의 제자로 1980년대 중반부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 포교당을 짓고 해외 포교에 앞장섰다. 1997년엔 강화에 연등국제선원을 창건해 해외 포교 기지로 삼았다. 혜달 스님은 절 집안 족보로는 성철 스님의 손자인 셈이다.


    사미계를 받고 강화 연등국제선원에서 1년간 수행 정진한 그는 한국 선(禪)불교에 매력을 느꼈다. "인도에서도 위파사나 수행을 했지만 한곳에 모여 석 달간 하루 11시간씩 화두 들고 정진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수행의 맛을 알아갈 때쯤 은사 스님이 암투병하게 됐다. 정성을 다해 시봉했지만 2003년 9월 원명 스님은 입적했다. 혜달 스님은 다시 지리산 정각사, 법주사, 동화사, 망월사, 송광사, 고운사 등의 선방(禪房)을 찾아 안거에 참여했다. 틈틈이 성철 스님의 '백일 법문'을 읽었다. "엄청났습니다. 불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성철 스님이 설명한 불교 사상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연등국제선원 주지를 맡게 된 것은 2012년. 사형(師兄) 사제(師弟)들과 문중의 권유였다. 은사 입적 후 연등국제선원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금도 이 사찰에서 스님은 혜달 스님 혼자다. 예초기 들고 잡초 베고, 비 새는 건물 수리하고, 수도관 연결하는 일부터 매월 초하루 법회, 둘째 주말의 '아비라 기도', 넷째 주엔 1만배(拜) 기도를 이끌고 템플스테이도 지도하고 있다.


     

    지난주 강화도 연등국제선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학생들에게 인도 출신 혜달 스님(오른쪽)이 한국 불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등국제선원은 연간 1000여명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데 절반가량이 외국인이다.
    지난주 강화도 연등국제선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학생들에게 인도 출신 혜달 스님(오른쪽)이 한국 불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등국제선원은 연간 1000여명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데 절반가량이 외국인이다. /연등국제선원

    템플스테이엔 외국인 참가자가 연간 500여 명에 이른다. 모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보고 스스로 찾아온다. 작년에 왔던 네덜란드의 한 대학교에서는 올해도 찾아왔다. 그는 "궁금한 점을 아는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드린 덕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인도와 한국 불교를 모두 경험한 그는 "결국 불교는 마음 다스림이 수행의 시작"이라며 "템플스테이에 오는 외국인 참가자에게도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해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한국 불교의 장점은 다양성"이라고 했다. "참선 정진하려면 평생 할 수 있지요. 혼자서 토굴에서 살려면 그렇게 하면 되고요. 경전 공부, 염불, 제사 모두 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요."

    혜달 스님은 올해 10월 연등국제선원 창건 20주년 기념 행사를 갖고 은사 스님이 못다 이룬 해외 포교에도 나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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