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들이 화날 때 하는 말…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입력 : 2017.08.04 03:02

    이해인 수녀 신간 '고운 마음… '
    "말로 상처 주는 일 너무 많아" 비교는 금물, 적절한 호응은 藥

    이해인 수녀는 “고운 말 쓰는 것도 자꾸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고운 말 쓰기 실습 교재 삼아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고운 말 쓰는 것도 자꾸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고운 말 쓰기 실습 교재 삼아 책을 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부산 광안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즉석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화가 나서 감정 조절이 안 될 때 어떤 표현을 쓰면 좋을까?' 평소에도 일반인들보다는 고운 말을 쓰는 수녀들이지만 화가 날 때는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고 '꼭지 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너무 심하지 않아요?' '인내의 한계를 느껴요'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등의 후보가 등장한 가운데 '보통 일이 아니에요'가 으뜸으로 뽑혔다. 상상해보자. 동료 혹은 가족과 말싸움 중에 "보통 일이 아니에요"라고 외친다면 제풀에 화가 풀리지 않을까.

    이해인 수녀의 신간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샘터)는 그동안 그가 펴내온 수필집들과는 결이 다르다. 부제가 '내일을 밝히는 오늘의 고운 말 연습', 즉 '말 실습 교본'인 셈이다.

    그가 이런 책을 따로 쓰게 된 것은 세상의 말이 너무 험해서다. 이 수녀는 3일 전화 통화에서 "말로 실수하고 상처주고 다치는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홧김에 툭 나온 말, 댓글 하나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요. 조금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세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책은 구체적·실용적이다. 가령 문병 때 병과 치료법, 약에 대한 정보는 그만 알려주라고 한다. 대신 "어쩌죠,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마음만 아프네요" "힘들지만 힘내세요. 우리가 열심히 기도할게요" 같은 말을 하자고 권한다. 이 수녀가 스스로 암 투병하면서 겪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수녀원에선 암 환자 수녀를 '찔레꽃 수녀'로 부른다면서 정 욕을 하고 싶다면 '동물성' 대신 '식물성'으로 하자고 농담도 한다.

    비교하는 말, 외모 이야기는 금물이다. 적절한 맞장구는 묘약이다. 언젠가 김수환 추기경이 가르멜수녀원에서 강연했다. 수녀들의 리액션이 일품이었다. "오오!" "네에!" "어쩌면"…. 강연이 끝난 후 김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수녀들이 하도 맞장구를 잘 치니 그만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속 이야기까지 다 하게 되고…. 얼떨결에 다음 방문까지 약속하고 말았지 뭐야."

    이 수녀가 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아이 엄마들이 "수녀님이 아이를 안 키워봐서 그런 이야기 한다"고 했단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온 이후엔 엄마들 반응이 가장 뜨겁다고 한다.



    [인물정보]
    성베네딕도수녀회 이해인 수녀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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