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많다

    입력 : 2017.08.03 03:02

    장기근무자 월급 많이 받을수록 비정규직·정규직 임금격차도 커
    기업, 호봉제로 인건비 부담 늘자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으로 채용

    임금 연공성 분위 그래프
    임금 체계가 연공급(年功給·호봉제) 성격이 강한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근무 비율이 높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봉제는 개인별 성과나 실적에 상관없이 근속 연수가 늘어나면 호봉 승급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임금 체계를 말한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산업노동연구'에 게재한 '연공성 임금을 매개로 한 조직 내 관계적 불평등'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고용노동부가 2014년 5255개 업체(종사자 30인 이상), 58만3932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별 임금 연공성과 비정규직 비율 등을 분석했다. 임금 연공성은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각 기업의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을 분석한 결과, 임금 연공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연공성이 하위 10%에 속하는 업체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15% 정도였지만, 임금 연공성이 상위 10%에 포함된 사업체는 이 비율이 약 32%로 뛰었다.

    임금 연공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연공성 하위 10% 업체에서 정규직(2700여만원)은 비정규직(2100여만원)보다 임금이 약 1.3배 많았다. 하지만 임금 연공성 상위 10% 업체는 정규직(2900여만원)과 비정규직(1200여만원)의 임금 격차가 2.4배로 커졌다. 이처럼 임금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정규직은 호봉 승급이 거듭될수록 임금이 빠르게 오르지만, 비정규직은 근속 연수가 길지 않고 호봉 승급의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연공급은 근속 연수가 짧은 비정규직에 불리한 임금 체계"라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전체 기업 71.8%(복수 응답)는 연공급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고성장기에는 연공급이 적합했으나 지금처럼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선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기업이 연공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뽑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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