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몰이꾼서 巨匠으로… 새우·참새가 수묵에서 뛰어놀다

    입력 : 2017.08.02 03:02 | 수정 : 2017.08.02 09:19

    - 중국화 거장 '치바이스' 첫 한국展
    詩·書·?·刻 두루 능통했던 작가… 배추·병아리 등 일상 풍경 그려
    피카소 제치고 경매 최고가 기록

    사석원·최정화 등 오마주作 전시… 예술의 전당서 10월 8일까지

    2011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수묵화 한 장이 714억5000여만원에 낙찰됐다. 그해 피카소를 제치고 세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이 그림의 제목은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영웅을 뜻하는 매를 둘러싼 이 그림은 중국 화가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가 대만 총통 장제스(蔣介石)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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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바이스(왼쪽)에게 경의를 표한 사석원의‘닭’그림과 최정화의 설치작‘배추’. 치바이스가 88세에 그린‘채소와 풀벌레’가 왼편에 보인다. /김윤덕 기자
    쌍사자 손잡이에 새긴 전각‘직심거사(直心居士)’.
    쌍사자 손잡이에 새긴 전각‘직심거사(直心居士)’. ‘直心居’세 글자를 오른쪽에 몰아넣고‘士’자 한자만을 왼쪽에 펼치면서도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
    20세기 중국 미술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치바이스 전시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7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치바이스―목장에서 거장까지'전(展)은 한·중 수교 25주년, 치바이스 서거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특별전으로, 작가 고향인 후난성(湖南省)박물관이 소장한 치바이스 그림·서예·전각 50점과 생애유물 83점 등 133점이 공개된다.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사드 정국에도 이 전시가 열리게 된 것은 순전히 치바이스의 힘"이라며 "이번 전시 작품 보험가액만 1500여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몰이꾼에서 중국화 巨匠으로

    치바이스가 생애 후반부에 그린‘부용과 새우’
    치바이스가 생애 후반부에 그린‘부용과 새우’. 꽃의 붉은색과 먹으로 그린 네 마리 새우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예술의전당
    시(詩) 서(書) 화(畵) 각(刻) 모두에서 거장 반열에 오르며 중국화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치바이스는 후난성 시골 마을에서 살던 소몰이꾼이자 가난한 목수였다. 생계를 위해 가구를 만들고 도장을 새기고 그림을 그려 팔았던 그는 틈틈이 책을 읽고 선인들 작품을 파고들며 독창적인 필묵언어를 개척했다. 참새와 개구리, 병아리와 풀벌레들이 화선지 속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 그린 수묵화는 대표적이다. 치바이스는 신선이나 용, 학 대신 일상에서 흔히 보는 꽃과 새, 열매와 곤충을 그렸다. 자서전 '치바이스가 누구냐'(학고재)에서도 "말을 하려면 남들이 알아듣는 말을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거든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그려야 한다"며 고답적인 문인화를 질타했다. 인물화 또한 해학과 유머로 가득하다. 등 긁는 늙은이, 술취한 이를 업고 헤벌쭉 웃으며 걷는 사람, 밥 지으려 불 지피는 남자 등 민초들의 풍경을 익살스럽게 그렸다.

    전각도 당대 최고였다. 한칼에 글자를 새기는 '일도법(一刀法)'으로 명성이 높았던 치바이스는 "남들이 후벼 팔 때 나는 새긴다. 전각의 맛은 통쾌함이 중요한데 왜 쩔쩔매며 잘 새기려 한단 말인가"라는 말을 자서전에 남겼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치바이스 컬러라고 할 만큼 강렬한 원색 대비, 장검을 휘두르듯 단숨에 그어내리는 직필, 비울 곳은 텅 비우고 채울 곳은 꽉 채우는 허허실실(虛虛實實)한 공간 경영이 치바이스 조형언어의 진수"라고 말했다.

    "400년을 산들 저 먹색 낼 수 있을까"

    예술의 근본은 시(詩)라고 믿은 치바이스가 그림 옆에 남긴 시구를 음미하는 맛도 일품이다. '자그마한 연못가에 오이 시렁 하나, 오이 넝쿨엔 헛된 꽃이 달리지 않는다. 채소 먹으며 고향에서 배불리 사는 그대가 부럽거니, 문을 열고 조용히 개구리 소리 듣누나.'

    이번 전시엔 치바이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한·중 작가들의 작품도 40여 점 전시된다. "고교 시절 헌책방에서 치바이스 화집을 발견하고 매료됐다"는 화가 사석원은 치바이스가 즐겨 그린 새우, 게, 소 등을 그린 작품 20여 점을 내놨다. 그는 "먹색 제대로 내는 데만 40년 걸린다는 말이 있는데 치바이스 선생의 새우 그림을 보니 400년을 살아도 저 먹색은 낼 수 없으리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후난성박물관에서 온 류강 학예실장은 "청조(淸朝) 봉건사회, 중일전쟁, 마오쩌둥의 공산국가까지 20세기 격변의 중국을 살아낸 치바이스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오로지 붓으로 민중의 삶을 표현하고 어루만진 위대한 작가"라고 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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