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신생아 36만명은 인구 재앙의 시작이다

    입력 : 2017.08.02 03:15

    2031년 온다던 신생아 36만… 인구 위기 14년이나 앞당겨져
    晩婚 여성도 다자녀 갖도록 배우자와 기업들 자세 전환을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한국 인구 시계가 고장 난 걸까. 통계청은 작년에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서 2016년 41만3000명, 올해 41만1000명, 내년 41만명으로 신생아가 매년 약간씩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급전직하였다. 작년에 40만6000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36만명 선으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다.

    왜 이렇게 급락하는지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신생아 36만명은 위험 신호란 사실이다. 40만명대로 다시 올라서기 힘든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장래 인구 추계에서 36만명대로 추락하는 시기를 2031년으로 봤는데 무려 14년이나 앞당긴 올해 당장 뚝 떨어진 셈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도 50만명 넘게 태어났다. 지금이 과연 '전쟁 때보다 더 출산하기 어려운 시기'일까.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저출산 해소를 일자리 창출, 4차산업 대비와 함께 3대 국정 과제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신생아 수를 45만명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장면을 노무현 정부 시절로 돌려놓으면 어찌 그리 닮았는지 놀랄 정도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그해 5월 신생아 수가 50만명대로 떨어지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고, '배우자 출산휴가제, 단축 근로제, 아동수당'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2005년 출산율이 1.08명으로 사상 최저로 떨어지자,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국공립 보육시설도 11%에서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출산율 급락을 '한때 소낙비'로 여겼다. 저출산 대책도 '출산 장려'가 아니라 '출산 안정'이란 표현으로 안이하게 얼버무렸다. 결국 모든 대책은 흐지부지됐다.

    지금 정부는 신생아 36만명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쯤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내년에 낳을 아기 수는 이미 정해졌고, 30만명대가 고착된 뒤엔 손써봐야 늦을 뿐이다. 내년부터 부모 손에 월 10만원씩 준다는 아동수당은 약효가 있을까. 그나마 재래식 상품권을 주면 10만원은 아기 용품이 아니라 외식용 티켓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준다고 아기를 더 낳는다는 보장이 없다. 보육 예산을 매년 10조원씩 쏟아붓고도 결과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혼인 건수도 줄고 엄마 되는 나이도 세계에서 가장 늦은 국가가 됐다. 결혼 건수 감소는 젊은이가 준 게 이유지만, 남녀 결혼 성비가 어그러진 탓도 크다. 20여년간 아들 골라 낳기 한 업보로 아들이 딸보다 10%가 더 태어났으니 짝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늙은 총각들이 넘쳐 미혼 대국으로 전락할 것은 뻔하다.

    첫 아기 낳아 엄마 되는 나이가 31세가 됐다. 문제는 외국은 35~39세에도 아이를 많이 낳는데 한국은 늦게 첫 애 낳고 35세가 되면 고령 임신이라는 심리적 장벽에 막혀 아이 낳기를 꺼린다. 35~39세 여성이 아기를 잘 낳고 키우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하는 여성이 아기도 혼자 돌보는 현실이 여성의 혼인·출산 파업을 불러왔다. 남성이 칼퇴근해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저출산 개선은 불가능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이 맡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기업인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시켜서라도 아기 키우기 좋은 기업 문화로 바꿔야 한다. 출산했다고 퇴직을 강요하는 회사가 있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고발해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아이 낳고 키우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게 바람직한 가정이고 사회다. 우리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신생아 수가 36만명으로 감소한 원인을 분석하는 게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이 꼽히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