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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이면 된다" 장담하던 9289km 철도 25년만에 완성

  • 강상혁 인천대 교수

    입력 : 2017.08.06 06:31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지구 둘레 4분의 1을 달리는 대륙횡단철도

    교통은 서로를 연결시킨다. 서로가 연결되면 교류가 일어나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런 만남들은 변화를 부르고, 그 변화는 한 지역의 문화가 된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해당하는 중앙아시아에는 ‘한국식 당근 김치’라는 요리가 매우 보편적이다.

    왜 한국에도 없는 한국 요리 ‘당근 김치’가 뜬금없이 중앙아시아에서 보편화된 음식이 된 걸까. 그 답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갖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자작나무와 침엽수로 뒤덮인 전형적인 러시아 목조주택 마을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조선일보 DB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도.

    ■장장 9289㎞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영어로 Trans-Siberian Railway(트랜스시베리안레일웨이·TSR)라고 부른다. 이 철도는 길이가 9289㎞로 단일 노선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우리나라 경부선 철도(423㎞) 22개를 연결한 것과 같고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철도가 통과하는 시간대(timezone)만 해도 7개나 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동쪽 끝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60여개의 역을 거쳐 서쪽 끝 모스크바를 잇는다.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이 기차를 타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8일. 1916년 완공된 이래 지속적으로 지선(支線)이 건설되고 있다. 현재 지선은 몽골리아, 중국, 북한으로 이어져 있다. 주요 통과 지점은 보롤그다~페름~예카쩨린부르크~옴스크~톰스크~치다~하얼빈 등이다.

    한밤 옴스크 역사 조명과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어울려 기막힌 운치를 느끼게 한다. 옴스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감옥, 죄수, 강제노동 등 악명높은 유형지로 묘사됐다.

    ■교량과 터널만 100㎞에 달해

    러시아는 19세기 중반 청나라로부터 아무르주, 연해주, 사할린주, 유대인자치주 등 거대한 극동 지역 땅을 받았다. 하지만 교통이 골칫거리였다. 당시 러시아가 만든 철도는 우랄산맥에서 끝났다. 거기서부터는 말을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극동까지 가야 했다. 이 길은 겨울에는 최소 11개월이 걸렸다. 바닷길도 있었지만 역시 장장 6개월이 소요됐다. 결국 극동 지역은 러시아 본토에서 너무 멀어 외딴 섬과 같은 존재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891년 제정(帝政) 러시아가 이 같은 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에 대한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1891년 착공, 1916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에야 완공했다. 당시 건설 총책임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1년 반 만에 완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공기 단축을 위해 전체 노선을 6개 공구로 나누어 동시에 착수했다.

    그러나 1891년 첫삽을 뜬 이 공사는 무려 25년이 걸려 1916년 완성됐다. 애초 계획보다 기간이 16배나 더 소요된 것. 건설 공기를 준수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과제인 듯하다.

    1908년 아무르 일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건설되는 모습. /러시아국립도서관 제공

    초창기 철도 건설이 대부분 민간 주도로 이뤄졌던 영국, 독일, 미국 등과는 달리 러시아의 철도 건설 사업은 국가 주도로 추진했다. 이 사업은 기획부터 계획, 조달,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러시아 정부가 이끌었다. 그러나 부족한 재정 탓에 프랑스와 벨기에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추진해야만 했다. 다행히 건설 기기와 자재들은 러시아 내에서 조달할 수 있었는데, 철도 건설에 필요한 철광석, 자갈, 목재, 시멘트 등이 러시아 현지에서 많이 생산된 덕분이다. 당시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의 3분의 1은 모두 철도 건설에 쓰였다고 한다.

    당초 3억 2500만 루블(1억 7000만 달러)로 예상됐던 건설비는10억 루블(5억 2300만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1㎞당 건설비는 7만2000루블(3만8000달러)에 달했다. 특히 가장 난공사 구간이었던 바이칼 구간의 1㎞당 건설비는 20만6000루블(10만8000달러)이나 됐다.

    1891년 시작된 철도 건설 작업 초기에는 9600여명의 노동자가 투입됐다. 이후 가장 활발하게 공사가 이루어졌던 1895~1896년에는 노동자가 8만4000~8만9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사 시작 10년 동안 건설된 철도 길이는 7500㎞에 달했다. 연 평균 600㎞를 완공한 것이다. 공사에 투입된 토사만 1억㎥였고, 1200만 개의 침목, 100만t의 레일이 사용됐다. 이 때 건설된 교량과 터널 길이가 무려 100㎞에 달한다. 특히 바이칼호 주변에는 39개의 터널을 뚫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동진을 촉진시킨 노보시비르스크 철교. /조선일보 DB

    시베리아 철도와 그 건설 과정은 러시아 극동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철도 건설이 시작되고 불과 5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의 화물 통과량은 30배가 증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객 수가 늘어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건설 당시 기대했던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1897년 이용객 수가 연간 60만명 정도에서 1900년에는 100만명, 1910년에는 300만명, 1914년에는 517만명으로 급증했다. 2001년에는 연간 이용객이 1억 5424만명, 화물 수송량은 1억t에 달했다.

    ■당근 김치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다시 당근김치 얘기로 돌아가자.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소련의 스탈린 서기장은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을 정치적 이유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때 사용된 것이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였다. 당시 약 40만명이 이동했으니 그야말로 도시 하나에 해당하는 인구를 이주시킨 셈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한국 음식인 '당근 김치'.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주한 한인들은 새로운 땅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고자 했지만 배추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당근을 잘게 잘라 소금에 절인 후 그것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보편화된 음식 ‘당근 김치’의 기원이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인들은 정작 한국에 당근김치가 없다는 것에 놀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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