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당 3000원에 사고파는 대입 합격자소서

    입력 : 2017.07.31 03:33

    [입시업체 자소서 거래 서비스]

    교사·입학사정관들 비판 "남의 자소서 표절 부추기나"
    일부 학부모·수험생은 반겨 "고가 컨설팅 대신할 수 있어"

    U입시업체는 지난 24일 "자기소개서 공유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했다. 대학 합격생들로부터 자소서를 건네받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수험생들이 돈을 내고 자소서를 내려받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J입시업체도 비슷한 서비스를 작년 8월부터 해오고 있다. 자소서를 사고파는 플랫폼을 제공해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사업에 대형 입시업체 두 곳이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대입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함께 대입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서류 가운데 하나다. 이 자소서 공유 서비스를 놓고 "남의 자소서를 베끼라고 부추긴다"는 비판과, "자소서 쓰기 막막한데 참고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소서까지 상품화하나" 비판

    U업체 '자소서 클라우드'에 합격생이 자기 자소서를 올리면 이 자소서를 누군가 열람할 때마다 건당 2500원, 한 문항당 1000원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자소서 열람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업체는 다음 달 10일 자소서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기 앞서 최대한 많은 자소서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수험생 4명만 구매해도 만원(을 번다)"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미 유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J업체의 '자소서 월드'에는 수시 합격생들이 자소서를 올리면 열람 건당 2000~3000원을 지급한다. 이를 열람하는 학생들은 건당 3000~5000원을 내고, 차액은 J업체가 갖는 시스템이다. 이 두 업체는 전국 대학들의 원서 접수를 대행하고 수험생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에 대해 고교 교사들이나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우선 '자소서 표절'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효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남의 자소서를 보다 보면 단지 글의 구조나 형태를 참고하는 게 아니라, 남이 한 활동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자소서와 학생부 내용을 꼼꼼히 비교하기 때문에 학생부에도 없는 남의 자소서 활동 내용을 베껴 기재하면 (불합격이나 감점 등)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도 "이렇게 공공연히 자소서를 사고팔면 대학들이 자소서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소서 시장이 자소서를 상업화하고 본래 취지를 훼손해 비교육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남의 자소서를 엿보고 참고하는 것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학생들이 고교 생활을 돌아보는 자소서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 때문에 U업체는 애당초 해당 서비스 이름을 '자소서 마켓'이라고 지었다가 '자소서 클라우드'로 바꾸기도 했다.

    "소액으로 참고자료" 찬성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업체들은 "자소서를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한다. 자소서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고3 학부모 김영림(50)씨는 "자소서가 대입 핵심 서류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너무 막막하고 힘들더라"며 "적은 돈으로 합격생들 자소서를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고3 김정민(18)양도 "친구 중에 인터넷에서 자소서를 첨삭해준다는 사람에게 돈을 입금했다가 사기당한 경우도 있다"며 "믿을 수 있는 업체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면 사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