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Books 팀장

이번 주 검토한 신간으로 중국 중앙당교(黨校) 교수였던 조호길(趙虎吉)의 '중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메디치刊)가 있습니다.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를 교육하는 기관. 저자는 25년간 재직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철학과 운영 시스템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재생산했다는군요.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제목과 달리, 실제 텍스트는 학자를 겨냥한 서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권말 부록처럼 포함된 조 전 교수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의 인터뷰는 흥미롭더군요. 그중 이런 질문과 대답이 있습니다.

"중국 엘리트 정치와 대중민주주의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 소위 엘리트 독재 아닙니까. 반면 우리가 받아들인 서구민주주의는 선거가 중심이죠. 평범한 사람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대중민주주의. 하지만 조호길의 답변은 문제적이었습니다.

"중요한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대중은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이 이성적이라면 그들이 곧 엘리트이지 대중일 수 없다. 대중이란 엘리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물론 "엘리트는 대중을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전제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차별이 명확한 세계관이더군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대중이 엘리트를 직접 선발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진시황 이후 2000년 전통의 중국 과거제와 관료제 시스템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호의적으로 판단하면 플라톤식 철인정치의 관점이지만, 지난해의 소위 술해(戌亥·개돼지)나 최근의 레밍 망언으로 분노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도전적 발언이기도 하죠.

사실 우리 모두 궁금한 대목입니다. 과연 일당 독재인 중국 공산당과 다원적 서구 정당은 어디가 더 우월하고 효율적인가. 이 책은 물론 내부자의 시선이지만, 소비에트 사회주의와 달리 중국의 당·국가 체제가 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휴가철 감면으로 이번 주와 다음 주 Books는 섹션이 아니라 본지 토요일자에 싣습니다. 시원하고 건조한 여름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