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여고생의 초등생 살해… 그녀는 사이코패스일까?

조선일보
  •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입력 2017.07.29 03:00 | 수정 2017.07.29 16:56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한 초등학생이 살해되었다. 범인은 얼핏 평범해 보이는 한 고등학생. 그러나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행위를 저질렀는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자각을 하지 못하는 듯 냉담해 보인다. 그녀는 공감 능력이 상실된 사이코패스일까?

한 뇌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오랜 기간 사이코패스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전문가. 그런 그가 어느 날 중대한 발견을 한다. 본인의 유전자 분석을 해본 결과, 자신이 연구하던 사이코패스들과 같은 패턴이었던 것이다.

이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 역시도 사이코패스가 맞았던 것일까? 이제까지는 정상적인 교수와 연구자 생활을 해왔다고 믿었지만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주변에도 나와 같은 더 많은 숨겨진 사이코패스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뇌과학자의 이름은 제임스 팰런. 그가 개인적인 발견으로부터 비롯된 고민을 풀어 쓴 책이 바로 '괴물의 심연: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가장 큰 질문은 바로 "사이코패스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을 사이코패스라 통칭하는데, 그들의 뇌와 유전자, 그리고 행동은 어떻게 다른지 팰런은 이 책에서 상세하게 풀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결론이 가장 흥미롭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한 사회의 부조리가 커질수록 어린아이와 여성 등 약자를 향한 무차별적 살인과 폭력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강자와 약자의 논리로 억울하게 핍박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이코패스형 범죄가 늘어난다. 이는 자신의 감정만 소중히 여기고 남의 입장은 공감하지 못하기에 저지르게 되는 많은 범죄가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문제다.

팰런은 자신이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났기에, 그리고 사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스의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안의 어딘가에도 사이코패스의 유전자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어떠한 경험을 하는가이다. 서로를 더욱 아껴주고 사랑하라.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은 말한다. 숨어 있는 사이코패스가 세상 밖에 나오지 않게 하는 힘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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