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일자리 창출 나서달라"]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등 8명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졌다. 오늘 저녁에도 7명을 만난다. 격의 없는 자리로 만들겠다며 맥주 마시는 '호프 미팅'으로 간담회를 시작했으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재계 순위 200위권 밖인 한 기업을 비정규직 없는 모범 사례라며 포함시켰다. 다른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다. 간담회 명칭부터 새 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다. 초대받은 기업들이 며칠 전부터 상생 협력 방안이며 근로자 처우 개선 방안을 앞다퉈 발표했다. 과거와 똑같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각 기업마다 준비된 말을 건네며 기업 친화적 이미지를 과시했다. 그러나 정작 최저임금,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에 따른 산업용 전기료 인상, 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기업 사활이 달린 핵심 사안에 대해선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묻지 않았고 기업 측도 별다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원전 사업을 하는 한 총수가 "신고리 5·6호가 중단되면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핀트가 맞지 않는 문답이 오가기도 했다.

새 정부는 입증 안 된 실험적 경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면서 기업들 의견과 산업계 현실에는 귀 기울인 적조차 없다. 기업들에 이중 삼중으로 부담 지우는 정책만 쏟아내면서도 일자리는 더 만들라고 한다. 한쪽에선 기업들을 때리면서 다른 쪽에선 손을 벌리고 있다. 경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목소리 한번 냈다고 문 대통령은 "반성해야 한다"고 공개 면박을 줬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가장 큰 기득권은 재벌"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권력의 서슬이 시퍼런 이 시기만 넘기려 하게 된다.

새 정부의 실험적 정책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은 기업들이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건배사를 외쳤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는 허무한 구호일 뿐이다. 아무리 넥타이 풀고 맥주를 마셔본들 소통이 아니라 '쇼'에 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