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살릴까 내가 살까… 최순실의 딜레마

조선일보
  • 신수지 기자
    입력 2017.07.27 03:10

    [말 잘못하면 한명은 위증… 이재용 재판 나와 끝내 증언 거부]

    정유라 법정 증언 후 출석… 딸과 같은 얘기하면 뇌물 인정

    - 제 할 말만 퍼붓고…
    "딸이 먼저 나오는 바람에 혼선… 특검이 '제2 장시호'로 이용… 피가 거꾸로 솟는다"
    재판부 "이럴 거면 왜 나왔나"

    최순실
    "재판장님 (증인) 선서 전에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최순실씨)

    "선서부터 하세요" (김진동 부장판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61·사진)씨와 재판부가 재판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의 말에 따라 증인 선서를 한 최씨는 "오늘 자진해서 출석하려 했는데 구인장(拘引狀)이 발부돼 당황스러웠다. 저는 자진 출석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 있었다. 최씨는 앞서 한 차례 증인으로 나오라는 재판부 요구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재차 불출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인장을 발부했는데, 최씨가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재판부가 "혹시 모를 사정에 대비한 것"이라고 다독이자 최씨는 증인석에 앉았다. 최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특검 측이 신문(訊問)에 나섰다. 그런데 최씨는 "재판장님 말씀드릴 게 있다"고 하더니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황당해하며 "그럼 왜 나왔느냐"고 묻자 이번엔 "나오라니까 나왔다"고 받아쳤다.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씨는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로 "제가 먼저 재판에 나와 증언하려 했는데 저희 딸 유라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혼선을 빚었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21)씨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의 재판에 돌연 출석해 "어머니가 (삼성이 사준 말을)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는 등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법조계에선 최씨의 증언 거부를 놓고 "그간 최씨 측 입장을 보면 정유라씨와 배치되는 증언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위증 혐의를 받게 될 수 있고, 그렇다고 딸과 같은 얘기를 하면 뇌물 수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검 측 질문에 답하지 않던 최씨는 김 부장판사가 "모든 질문을 다 거부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특검이 저희 딸을 데려가서 먼저 신문을 강행한 건 '제2의 장시호'를 만들어 저를 압박하기 위한 수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질문 취지와는 다른 답변을 했다. 최씨는 이어 "검사가 조사 당시 제게 '삼족(三族)을 멸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대로 이행되는 것 같아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최씨는 앞서 올 초 특검에 소환될 때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고함을 쳤었다.

    최씨는 특검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와 통화하며 증인이 아는 변호사가 있느냐고 물었다는데 들었느냐"고 묻자 "재판장님, 이건 삼성 뇌물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로 적당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딸과 제 목줄을 잡고 흔드는 특검에 진술할 이유가 없다"며 "정상적으로 제가 먼저 증언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특검이 자초한 것"이라고도 했다.

    최씨가 진술을 거부하자 이 부회장 쪽도 반대신문을 포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이 무익(無益)한 것 같다"고 했다. 특검 쪽도 이 부회장 쪽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 말미에 최씨는 다시 김 부장판사에게 "제가 몇 가지만 말해도 될까요"라며 발언권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증언을 모두 거부했으니 더 이상의 발언은 무의미하다. 듣지 않겠다"며 잘랐다.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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