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알고보니 대표님이 엑스맨? 오너리스크

대표의 위기가 기업의 위기가 되는 '오너 리스크'
대부분 탈세, 폭행, 말실수 등 오너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08.01 08:47

    기업의 평판이 매출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생산 유통 판매 등 경영 과정 뿐만 아니라 기업의 윤리, 사회적 책임, 경영주의 도덕성도 기업의 평판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많은 기업들이 해마다 각종 사회 사업을 기획하고, 대외행사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 최근 오너의 잘못된 행실과 판단으로 임직원들과 가맹점주들이 그 책임과 피해를 입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겉으로는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로 착실히 성장해왔던 국내 중견 기업들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대표의 개인적 비리나 일탈 등으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오너리스크', 최근 몇달 사이에 대여섯 건이나 된다.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던' 천호식품

    /트위터 캡처, 조선DB

    회장님 때문에…
    "남자한테 너무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기발한 광고로 유명세를 탄 천호식품 김영식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한창이던 지난 11월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라고 시국을 걱정하듯 말문을 열면서 "대규모 집회를 일으키거나 집회에 가담한 자는 모두 폭도"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업로드해 논란이 확산됐다. ▶기사 더보기

    그리고 두달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짜 홍삼 판매 사실이 적발됐다. 앞서 김 대표의 촛불집회 비하 발언과 겹치면서 회사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천호식품 역시 납품업체로부터 속은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억울한 누명은 벗었지만 이로 인해 김영식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경영선상에서 물러났다. 천호식품은 오너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망했어요
    촛불집회 비하 발언부터 가짜 홍삼 사건까지 겹치자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천호식품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2015년 김영식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하고 사모펀드 카무르파트너스로부터 신규 자금을 유치한 뒤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카무르파트너의 현재 지분율은 49.5%가량이다.

    천호식품은 상환전환우선주 투자 유치 과정에서 '2018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상장하지 못하면 카무르파트너스에 투자금 일부를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천호식품은 전사적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사 더보기

    한마리도 아닌 두마리! 준다던 호식이 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공식 홈페이지, 조선DB

    회장님 때문에…
    지난 6월 3일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이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최 회장은 어린 여비서와의 식사자리에서 몸을 만지고, 강제로 인근 호텔로 데려간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의 이런 추태는 CCTV에 찍혔으며 당시 상황을 목격, 피해 여성 구출을 도운 여성들로부터 증언됐다. 피해 여성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성폭력 친고죄 폐지로 경찰은 사건을 계속 수사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치킨집 창업 17년 만에 가맹점 1000호점을 돌파하고, 일본에 진출한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이다. ▶기사 더보기

    망했어요
    최 회장님의 경솔한 행동으로 정작 고통받는 것은 1000호가 넘는 가맹점들이었다. 성추문 사건 영상과 기사들이 쏟아지자 전국적으로 '호식이 두마리 치킨'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실제로 매출하락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6월 28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신한·KB국민·현대·삼성 등 네 신용카드사의 '호식이 두마리치킨' 가맹점 결제액을 분석해보니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 5일 이후 결제액은 지난달 같은 요일과 비교해 20~40% 감소했다. 사건 공개 직후인 7일(수요일)부터 9일(금요일)까지는 전달 대비 약 30%씩 줄었고, 주말 감소 폭은 20% 수준이었다. 인터넷에서 '호식이 치킨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12일(월요일)부터 다시 감소 폭이 커져 13일(화요일)엔 지난달 대비 결제액이 40.53%나 떨어졌다. ▶기사 더보기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이 지난 6월 14일 가맹점주 10여명이 서울 논현동 본사를 찾아갔다. 서울의 한 가맹점주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이 나 폐업 위기"라며 "점주 300명이 머리를 맞댔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본사를 찾아가 '살려 달라'고 읍소(泣訴)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운전기사에게 욕 퍼부은 종근당

    /종근당 건강 공식 홈페이지, 연합뉴스

    회장님 때문에…
    이달 13일 국내 대표 제약업체 종근당의 이장한(65) 회장이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은 이 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수시로 폭언과 욕설을 한 녹취록을 녹음파일과 함께 공개했다.

    두 건의 녹음 파일을 보면 이 회장은 운전기사를 향해 "XXX 더럽게 나쁘네" "도움이 안 되는 XX. 요즘 젊은 XX들 빠릿빠릿한데 왜 우리 회사 오는 XX들은 다 이런지 몰라" 등 욕설을 쏟아냈다.

    해당 파일이 인터넷에 돌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 회장은 다음날 오전 서울 충정로 종근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따끔한 질책과 비판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깊은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상처받으신 분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또한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장한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故) 이종근 회장의 장남이다. 종근당은 작년 8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제약 업계 4위 업체다. ▶기사 더보기

    망했어요
    종근당은 2015년 5925억원의 매출액에서 지난해 매출이 8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호조세를 이어가며 국내 주요 제약사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종근당의 실적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에 이어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도전해 볼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장한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회사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기사 더보기

    추락한 회사의 이미지는 실제로 주가에 반영됐다. 이 회장의 폭언을 퍼붓는 녹취가 공개된 뒤 관련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종근당의 주가는 전날대비 3.36% 내린 11만5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바이오도 각각 2.58%, 2.28%씩 하락했다. 

    파면 팔수록 가관인 미스터 피자의 갑질

    /연합뉴스

    회장님 때문에…
    국내 2위 피자업체 '미스터 피자'의 정우현 MPK 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자신이 안에 있는데도 경비원이 건물 셔터를 닫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비원 폭행 건으로 슬쩍 드러난 미스터 피자의 갑질은 최근 한 가맹점주가 자살하면서 더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기사 더보기


    정 회장은 그동안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판매하면서 중간 치즈 가격을 부풀리고, 탈퇴한 가맹점 점주들에게 보복 행위로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고통을 받던 과거 점주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공정위는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이로 인해 정 회장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일가의 도를 넘는 갑질 행위의 면면이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법인자금 91억7000여만원을 빼돌리고, MP그룹 및 관계사에 64억6000여만원 규모 손실을 떠안긴 혐의로 구속됐다. 대부분 정 회장 일가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 더보기

    망했어요
    그동안 회장의 갑질로 고통받던 가맹점주들은 앞으로 더 큰 고통을 마주하게 됐다. 경비원 폭행 사건이 알려졌을 때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당시 폐업 가맹점주는 6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 앞에서 "정 회장을 대신해 가맹점주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며 시민들에게 호소했지만 이미 불붙은 '불매운동'을 잠재울 수 없었다. 가맹점주들은 결국 지난해 9월부터 본사 앞에서 218일간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했다. ▶기사 더보기


    당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0~60% 감소했다. 그런데 다시 상상을 초월한 미스터피자의 불공정 경영과 황제경영 소식에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또한 7월 25일부로 코스닥시장에서 미스터피자(MP그룹)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거래가 재개되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되면, 투자자들이 사실상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 ▶기사 더보기

    연예인 스캔들에 휘말린 '커피스미스'

    /커피스미스 제공, 커피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회장님 때문에…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스미스' 대표 손태영 씨가 연예인 여자친구 김정민 씨에게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손 씨는 지난 2014년 말 무렵 김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은 꽃뱀이라고 알려 더 이상 방송출연 못하게 만들겠다"며 "너에게 쓴 돈을 다 돌려줄 수 없다면 1억 원이라도 내 놓으라"라는 등의 협박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김 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6천만 원을 뜯어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씨측은 김 씨가 자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했고, 결혼을 원하자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사과를 받으려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점에 반성하고 있으며 1억 6천만 원은 돌려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다시 손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다.

    망했어요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적인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연예인이었던 김정민 씨는 물론 커피스미스의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됐다. 이에 가장 발을 구르는 것은 커피스미스 가맹점주들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프랜차이즈들은 작은 구설수라도 매출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커피스미스 홈페이지는 트래픽 용량 초과로 접속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일부 네티즌들은 커피스미스에 가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에 대해 커피스미스 관계자는 "담당자가 현재 없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커피스미스는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망고식스를 남긴 채 떠난 1세대 커피왕

    /조선닷컴, 조선DB

    회장님 때문에...
    지난 7월 24일 커피 전문점 '할리스' 등을 창업한 커피프랜차이즈 1세대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처음 발견한 직원은 "강 대표가 회생 절차 신청을 언급하며 '힘들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후 연락이 안 돼 집으로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KH 컴퍼니는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 디저트 전문점 '망고식스'가 매출 부진을 겪으며 회사가 기울었다. ▶기사 더보기

    망했어요
    강훈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가맹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심각한 경영난을 수습하고 해결해야 할 대표가 사망에 이르자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사후 수습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현재 남아있는 망고식스 점포는 60여개 남짓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사망한 것은 안타깝지만 가맹점들도 영업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가맹본부가 망하면 브랜드관리나 영업물품을 받을 수 없게 돼 가게 문을 닫거나 아니면 다른 브랜드 또는 업종전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너 리스크는 체계가 잘 잡혀있고 업력이 오랜 대기업보다 프랜차이즈 사업과 같은 중소기업에게 더 치명적이다. 또한 주로 프랜차이즈 사업 가맹점주들은 창업을 처음 시작하는 일반 서민들이어서 가계 경제나, 서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도 더 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피자·치킨·분식·제빵 등 외식업종의 50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에 쌀 등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남기는 이익(마진) 규모를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다. 각종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본사로부터 받는 불이익과 피해를 조사해 제도적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또한 '호식이 방지법'도 도입하기로 했다. 본부와 임원의 위법·부도덕한 행위로 손해를 입을 경우 가맹점주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책임을 가맹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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