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중국엔 없는 '한국형 中食'… 땅콩소스·겨자 넣은 냉면

  •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입력 : 2017.07.26 03:04

    [65] 중국냉면

    여름에 차가운 면을 먹는 것은 한·중·일이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 여름에 먹는 량몐(凉麵)은 렁반몐(冷拌麵)이나 간반몐(乾拌麵)이라 부른다. 국물 없이 면을 차갑게 해서 야채나 고기, 소스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찬 육수에 면을 말아 먹는 한국식 냉면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다. 한국의 중식당에서 파는 중국냉면은 짜장면, 짬뽕처럼 한국화된 중국 음식이다.

    중국냉면
    /조선일보 DB
    중국냉면은 얼음이 자박한 육수에 땅콩소스와 겨자를 넣고 면 위에 새우와 해파리, 갑오징어 등 해산물과 오이, 계란, 당근 등을 곁들인다. 1980년대에 개발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중국냉면에 관한 기록은 1947년 6월 22일 자 제주신보에 '중화요리식 냉면'으로 처음 등장한다.

    1962년 숙명여대 김병설 교수가 쓴 '중국요리'에서는 '렁반몐(冷拌麵)'을 찬 국수에 오이, 당근, 새우, 해삼, 지단을 얹고 겨자, 초간장, 설탕을 닭 국물에 넣어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먹는 냉면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가 1972년 쓴 '신간 중국요리'에는 햄, 오이, 부친 계란이 꾸미로 올라가는 등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1969년 간행된 허필숙씨의 '중국요리'에선 '량반몐(凉拌麵)'을 냉면으로 소개하면서 돼지고기, 삶은 달걀, 지단, 표고, 오이, 생강을 참기름 섞은 차가운 면에 비벼 먹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 권의 책에는 지금의 중국냉면을 규정짓는 꾸미들이 대부분 들어 있지만 땅콩 소스는 없다.

    중국냉면은 1980년대 초반부터 호텔 중식당에서 여름 별식으로 팔면서 별미 냉면으로 자리 잡는다. 살짝 얼린 차갑고 경쾌한 육수를 간장으로 간하고, 시금치로 초록빛을 낸 시원한 면발을 넣고, 땅콩소스와 겨자로 고소하고 새콤한 맛을 낸 오늘날의 중국냉면은 이때 기본 맛 골격이 완성됐다. 중국냉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한국화된 중국 음식인 '한중채(韓中菜)'를 대표하는 여름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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