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독일인의 절전 死鬪

    입력 : 2017.07.26 03:14

    김강한 베를린 특파원
    김강한 베를린 특파원
    미샤엘 라이히잔더(68)씨는 독일 수도 베를린 북부 라이니켄도프의 한 주택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간호사로 은퇴한 그는 매달 연금 1200유로(약 155만원)를 받는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10년 전에 비해 30~40% 정도 늘어난 전기요금이다. 월 70유로(약 10만원) 넘게 나온다. 그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1년 5월 탈(脫)원전을 선언한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 21% 올랐다.

    라이히잔더씨는 우선 가전제품을 모조리 바꿨다. 가전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1등급인 제품이 5등급에 비해 30~40% 전기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된 가전제품일수록 전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냉장고, 냉동고,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3년 전부터 차례로 새로 샀다"고 했다. 가전제품을 바꾸느라 그간 저축한 돈 3000유로(약 390만원)를 썼다. 그는 "18년간 사용하며 고장 한번 안 난 제품도 있었지만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 샀다"고 말했다. 절전 제품을 구매하는 데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조선일보 DB
    집 안에 있는 형광등도 모두 LED(발광 다이오드)등으로 교체했다. LED등은 기존 형광등에 비해 소비 전력을 4분의 3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독일 가정에서는 몇 년 전부터 LED로의 교체가 유행"이라며 "독일인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데 모두가 조명 교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스비, 교통비, 식비, 전기요금 등 생활비를 쓰고 나면 저축할 여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롤프 베커(23)씨는 "냉장고가 전자레인지·라디에이터 옆에 있으면 전기를 더 소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냉장고 위치를 옮겼다"고 말했다. 냉장고를 제외한 나머지 가전제품의 대기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콘센트와 플러그 사이에 대기 전력 차단용 스위치를 설치하는 가정도 많다. 독일에선 이 스위치를 가까운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독일 방송에서는 원전 중단으로 전기요금이 더 오를 것이라는 뉴스와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연일 알려주고 있다. 독일은 7~8월 평균 최고기온이 23도 정도라 에어컨을 켤 일이 없는데도 각 가정이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했을 당시 발전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였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13.1%로 낮아졌다. 대신 원자력보다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다 보니 전기요금이 올랐다. 우리나라는 원전 비중이 30.7%로 독일보다 훨씬 높다. 정부 방안대로 원자력 대신 LNG(액화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경우 전기요금이 치솟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기요금 때문에 사는 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는 라이히잔더씨의 말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나라정보]
    독일처럼 탈원전 공론화 후 국회서 최종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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