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인력팀 구성… 주민이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

    입력 : 2017.07.26 03:04

    "다 함께 행복한 동네"
    부산시 '다복동 사업'

    ‘다복동 사업’ 관계자들이 지난 5월24일 부산시청 대강당에 모여 ‘다복동 사업 발대식’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노란 수건을 공중으로 던지고 “출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외치며 다복동 사업 본격화를 축하했다.
    ‘다복동 사업’ 관계자들이 지난 5월24일 부산시청 대강당에 모여 ‘다복동 사업 발대식’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노란 수건을 공중으로 던지고 “출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외치며 다복동 사업 본격화를 축하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 사하구에서 중학생 아들과 생활하는 정모(58)씨는 1년 전만해도 '지옥'에서 살았다. 지체 2급, 안면 3급 장애로 일하기가 어려운 장애인인 정씨는 기초수급자로 쌀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공부 잘해 의대 진학을 꿈꾸는 아들에게 "힘내라"며 고기 한점 사줄 수 없는 아빠의 무능함에 늘 가슴이 찢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왔다. "한부모 가정 전수 조사 중"이라고 했다. 정씨는 자신의 사정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후 기적이 일어났다. 이웃 주민들이 아들을 위한 책상과 의자를 후원했고, 동사무소 복지사가 장학재단과 연결시켜 줘 아들에게 고교까지 장학금을 지원받도록 해줬다. 또 어린이재단을 통해 연간 1300만원 가량을 생활비로 도움받을 수 있게 됐다.

    요즘 정씨는 "나날이 천국"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세상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뀐 '정씨의 기적'을 만들어 낸 '보이는 손'은 부산시의 '다복동 사업'이다. '한부모 가정 전수 조사'가 2016년 시범 운영한 '다복동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복동'은 '다 함께 행복한 동네'란 뜻을 담은 이름. 기초수급자·장애인 지원 등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회복지 외에 마을재생·문화·물·에너지복지 등 융·복합적 복지서비스를 동(洞) 중심으로 일원화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복지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시민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사하구의 정씨는 올해부터 사하구 '다복동 사업' 중 하나인 '생명수호대 자살예방 활동가'로 뛰고 있다. 정씨는 "아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 너무 행복하다"며 "받은 만큼 남을 돕고 싶어 활동가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다복동 사업'은 작년 52개 동이 참여해 시범운영했고 올해부터 전체 205개 동 중 192개 동참,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복동'에 참여, 동 주민센터에는 복지공무원을 비롯, 사례관리사·방문간호사 등 민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맞춤형 복지팀이 운영된다. 복지팀은 그 동네의 복지 허브 컨트롤 역할도 한다. 주민과 민간 복지기관 등과 협력, 주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 복지상담을 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들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내 실행한다.

    부산시의 경우 올해 '다복동 사업'으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기준 중위소득 35%이하)을 발굴, 4인가구 기준 생계급여 53만6000원과 부가급여 13만4000원을 지원하는 등 7개 분야 33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비수급 빈곤층 지원'은 천편일률적인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부산의 특성을 반영한 이른바 '부산형 기초보장제'다.

    부산시는 또 행정·복지·보건·고용·건강과 마을지기·자원봉사 등을 한 곳에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복합커뮤니티센터' 12곳 설치, 영도구 대평동 1·2가 일원에 도선복원·마을박물관 설치 등과 '예술상상마을' 조성 등 마을재생 사업들도 추진한다. 고재수 부산시 다복동추진단장은 "재능기부로 서민 집을 리모델링해주는 '서민 희망(Hope)사업' 등 주거복지, 단독주택(120만원 이내)·공동주택(100만원 이내) 등의 옥내 노후관개량을 지원하는 등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도록 하는 물복지, 태양광 설치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복지 등의 사업도 펼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각 자치구나 동들도 다양한 '다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영구는 작년 4월 지역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기 위해 '고통(GO通) 복지통장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6월 건강한 노인과 허약한 독거노인을 1 대 1로 맺어 일상을 살피고 도와주게 하는 '토닥토닥 은빛동행'을 시작했다. 수영구 수영동은 지난 5월부터 지역 안 팔도시장 상인·주민들이 주민센터 냉장고 안에 반찬·과일·식재료 등을 넣어두면 독거·거동불편 노인 등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십시일반 빨간냉장고'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구 중2동 주민센터는 지난 14일 주민들로 이뤄진 '다복 수호단'을 발족했고, 해운대구 재송2동은 지난 3월 '햇볕상담실'을 설치해 동네 위기가구들의 각종 일상사를 의논해주고 있다. 해운대구 반여2동 주민센터는 작년 10월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 등에 전기·수도시설 개선, 방충망 교체 등과 같은 봉사활동을 해줄 '다복한 집 봉사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김경덕 부산시 사회복지국장은 "'다복동'은 예산·성금 등 돈으로 주민복지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이웃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손을 잡으며 보살피는 방식으로 복지체계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다복동'이 활성화되면 부산은 시민들이 다 함께 행복해지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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