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관광이 밥줄인 베네치아 "관광 오지마" 수천명 시위

    입력 : 2017.07.25 03:03 | 수정 : 2017.07.25 07:49

    매년 3000만명 몰려 몸살… 집값 치솟고 옛 정취도 사라져
    "몇년 안에 주민들 다 떠날 판"

    지난 2일 이탈리아의 세계적 관광지인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2000여 명의 시위대가 나타났다. 베네치아 시민으로 구성된 이들은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Mi no vado via)'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는 관광객을 원치 않는다" "거주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카를로 벨트렘 카포스카리(베네치아 소재) 교수는 "매년 2000여 명의 주민이 베네치아를 떠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베네치아는 몇 년 안에 주민은 없고 관광객만 넘치는 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 시각) "관광객에 치여 사는 베네치아 주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전했다. 매년 3000만명 이상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치솟는 집값이다. 도심지는 이미 숙박업소로 가득 찼고 최근에는 에어비앤비 등 숙소 공유 서비스가 유행하면서 현지인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가디언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장기 임대도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1950년대 17만명에 달했던 인구는 현재 5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관광 수입보다 집값과 생활 물가가 더 빠르게 뛴 것이다.

    지난 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민 2000여명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에서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민 2000여명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에서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니스 어센틱 홈페이지 캡처
    베네치아 옛 정취가 사라지는 것도 불만이다.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산 기념품을 파는 점포와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판을 친다. 밤늦게 고성방가를 하거나 운하에서 소변을 보는 관광객을 단속하기 위해 주민들은 '공중도덕 지킴이'로까지 나서야 한다. 베네치아에서 나고 자란 미켈란젤로 아다모씨는 "이제는 누구도 (베네치아에서) 문화와 예술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베네치아 시 당국은 지난 5월 관광객 숫자를 통제하기 위해 베네치아 주요 관광지의 입장권을 예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으나 주민 반응은 시큰둥하다. 주민인 루치아노 보르토씨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 정도로는 베네치아의 넘치는 관광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정보]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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