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전까지 벌인 이란·이라크가 손잡았다

    입력 : 2017.07.25 03:03 | 수정 : 2017.07.25 07:52

    종전 29년만에 군사 동맹 맺어… 사우디에 맞서 '시아파 벨트' 확대
    이란, IS와 전쟁하던 이라크에 병력·석유 보내주며 가까워져
    사우디에 단교당한 카타르도 지원

    이란과 이라크는 1980~1988년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당시 전쟁을 주도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2003년 제거될 때까지 양국은 원수처럼 으르렁댔다. 같은 하늘 아래서 공존하지 못할 것 같던 이란과 이라크가 군사 정보 공유 및 대테러 연합 훈련 등이 포함된 높은 수준의 군사 협정을 맺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종전(終戰) 29년 만에 양국이 어엿한 군사 동맹국이 된 것이다. 아랍권 신문 알바얀은 "이번 협정으로 양국 군사 협력 관계가 이전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라크의 에르판 알하얄리 국방장관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후세인 데흐칸 이란 국방장관을 만나 군사 협정문에 서명했다. 알하얄리 장관은 협정 체결식에서 "이라크는 이란과 국경선 경계 임무를 나눠 맡고, 군사 고문단 교류와 연합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란·이라크의 군사 협력은 중동 지역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이라크가 원수에서 동지가 된 것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 덕분"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급진 수니파인 IS 격퇴에 앞장섰다. 이란은 지난 3년간 이라크가 IS 공격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때, 자국 병력 5000여 명을 가장 먼저 파병했다. IS가 2014년 6월 이라크 제2 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격했을 때도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가 온몸을 던져 IS를 막았다. 이란은 이라크에 석유·식료품·시멘트 등을 무상 지원하며 주민들의 마음까지 샀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란의 지원 이후) 이라크가 이란 편에 서면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국가의 동맹 전선인 '초승달 벨트'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후세인 사망 이후 이라크는 시아파 정부이면서도 기존 수니파 세력 등을 고려해 이란과 거리를 뒀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라크가 이란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개입했다. 그러나 IS 사태로 이란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라크가 완전히 이란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IS 사태로 중동 정세는 이란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이 사실상 승리한 상황도 이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최근 중앙정보국(CIA)의 시리아 반군(수니파)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반군을 도와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겠다는 계획을 중단하고 알아사드 정권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FT는 "'IS 같은 (수니파) 테러 단체보다는 (시아파) 독재 정권이 낫다'는 국제사회의 여론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왔다"고 했다. 시리아에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수니파 정권을 세우려던 사우디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지난달 5일 '친(親)이란'이라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한 것도 이란이 주도하는 '초승달 벨트' 위협에 맞서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카타르는 수니파 국가이지만 천연가스 매장지를 이란과 공유하고 있어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사우디가 이란을 누르고 중동 패권을 잡기 위한 차원에서 카타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자충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타르가 사우디 요구를 거절하면서 오히려 이란과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정세분석업체 스트랫포는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다툼이 앞으로 중동에서 다양한 형태로 터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시아파·수니파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사후(632년) 그의 후계자 선정 방법을 둘러싸고 분열한 양대 종파다. 무함마드의 핏줄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한 세력은 시아파가 됐다. 후계자를 공동체의 다수결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측은 수니파가 됐다. 수니파는 세계 전체 이슬람 신자 16억명 가운데 90%를 차지한다. 시아파는 10%로 추산된다.



     

    [나라정보]
    "이란과 관계 끊어라" 사우디 등 카타르 압박
    [나라정보]
    이라크, IS 몰아내고 모술 탈환 공식선언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