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연주자와 지휘 巨匠이 빚어낸 '꿈의 무대'

    입력 : 2017.07.25 03:02 | 수정 : 2017.07.25 07:19

    [글로벌 문화 현장] 조성진·게르기예프의 獨 바덴바덴 여름축제

    바덴바덴 데뷔 무대 조성진, 쇼팽협주곡 1·2번 연달아 연주
    마린스키, 브루크너 교향곡까지 3시간 30분짜리 콘서트 선보여

    쇼팽이 남긴 피아노협주곡 두 작품을 하룻밤에 실연(實演)으로 들을 수 있다면. 연주자가 세계 최고의 피아노 경연대회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면.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러시아 일급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라면…. 음악 애호가라면 꿈속에 그릴 법한 연주가 22일(현지 시각)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이뤄졌다.

    ◇바덴바덴 페스티벌 데뷔한 조성진

    주인공은 2015년 쇼팽 콩쿠르서 우승한 조성진(23). 옛 기차역을 개조한 2500석짜리 바덴바덴 페스티벌 하우스가 무대였다. 조성진은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함께 무대 오른쪽에서 걸어나왔다. 지휘대 없이 무대 바닥에 선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 지휘봉을 꺼내 들었다. 어른의 가운뎃손가락 정도로 짧고 가는 지휘봉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22일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데뷔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쇼팽 협주곡 1·2번을 연달아 선보인 연주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22일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데뷔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쇼팽 협주곡 1·2번을 연달아 선보인 연주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Michael Bode/Manolo Press

    마린스키 특유의 두꺼운 음(音)의 벽을 뚫고 조성진은 집중력 있는 연주를 보였다. 1악장 후 짧은 박수가 쏟아져도, 2악장 때 바순 연주자가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해도 조성진은 흔들림없이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풀어낸 음악을 자기 페이스로 밀고 나갔다.

    협주곡 1번을 마치고 2분여 커튼콜이 이어지는가 했더니, 스물셋 피아니스트는 다시 피아노 앞으로 걸어 들어왔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야구의 더블 헤더처럼, 협주곡 2번이 이어졌다. 2악장 후반 객석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음이 났지만, 조성진은 개의치 않았다. 1~2번 합해 1시간 20분 가까이 이어졌지만, 바위처럼 단단한 연주였다. 쇼팽 폴로네이즈 '영웅'까지 앙코르를 선물했다. 2년 전 쇼팽 콩쿠르 당시 쳤던 곡이자 조성진이 앙코르로 자주 고르는 곡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조성진의 힘찬 앙코르 연주가 끝나자 열띤 박수로 답했다. 조성진의 성공적인 바덴바덴 데뷔였다.

    공연 후 연주자 대기실에서 만난 조성진은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는 "쇼팽 협주곡 2곡을 연달아 치는 건 몸은 힘들지만 음악적으로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나흘 전(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白夜)축제에서 게르기예프와 쇼팽 협주곡 두 곡을 함께 연주하고 바덴바덴으로 왔어요. 쇼팽 협주곡 두 곡을 한 번에 연주한 건 처음인데, 1번보다는 2번이 더 여성적이고 우아하게 표현해야 하는 대목이 많아 더 신경 쓰였어요."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바덴바덴 여름축제에 올린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바덴바덴 여름축제에 올린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Andrea Kremper

    ◇3시간 반짜리 콘서트 마린스키의 저력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괴력(怪力)을 지닌 장사였다. 쇼팽 협주곡 '더블 헤더'를 끝내고 후반 프로그램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했다. 연주 시간만 1시간이 넘는 대작(大作). 게르기예프는 화력 좋은 금관 악기군단을 솜씨 있게 요리하며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오후 6시에 시작한 콘서트가 9시 반 가까워서야 끝났다.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다음 날인 23일에도 같은 극장에서 3시간 반(휴식 포함)짜리 차이콥스키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으로 여름축제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이 극장 소속 주역 가수들은 이달 29일과 30일 평창 대관령음악제에서 프로코피예프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등을 연주한다.

    ☞바덴바덴 여름축제

    온천으로 이름난 독일 남서부 휴양도시 바덴바덴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음악축제. 올해는 7월 6일에서 23일까지 열렸다. 테너 롤란도 비아존,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나서고 야닉 네제-세갱이 지휘한 ‘티토 황제의 자비’로 개막했고, 1990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인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등 스타들이 나섰다. 바덴바덴 여름축제는 DVD나 영상으로 널리 소개된 유럽의 대표적 음악축제다.



     

    [인물정보]
    조성진 이어 또 한번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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