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예상 못한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내년 최저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원이다. 월평균 임금이 450만원쯤 되는 현대차 생산직 신입사원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월 180만원 정도다. 현대차 노사 협상에서 정한 소정 근로시간(243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급이 7410원이 된다.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대표적 강성 귀족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이 기준을 들고나오면 이들 고연봉 근로자가 최저임금 덕에 월급이 오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내년에 9급 공무원 1호봉(139만5880원)은 각종 수당을 빼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보다 낮다. 공무원은 최저임금제 적용을 안 받는다지만 임금 인상을 대폭 요구할 근거로는 삼을 것이다.
기업들이 낮은 호봉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춰 올리면 호봉이 높은 직원들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다. 견뎌낼 수 없는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에 나설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대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말이 나올 판이다. 민주당 총선정책공약 부단장을 맡았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조차 어제 "누가 주장한 것인지도 모르고, 근거도 없고, 예상 효과 분석도 모호한 최저임금 인상이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유증을 국민 세금을 동원해 메꾼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자기들 정책에 대해 그다음 날 이를 옹호하는 대신 부작용 경감 대책을 내놓는 것은 세상에 처음 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년 해보고 속도 조절을 할지, 이대로 갈지 결론을 내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덜컥 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다시 논의하고 제도 전반을 재정비하는 것이 옳다. 고집으로 버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