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심, 낭비, 헛돈 줄인 뒤 국민에게 세금 더 내라고 하라

      입력 : 2017.07.22 03:1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증세론을 공식화했다.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전날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증세 주장을 추인한 것이다. '증세 없는 지출 확대'를 발표했던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 작업이 끝나자 바로 다음 날부터 여당 주도 증세론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기능을 확대해 국민 세금을 많이 쓰겠다고 선언한 정부다. 100대 국정과제 추진에만 178조원을 더 지출하겠다고 했다. 178조원으론 턱없이 모자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세금을 더 걷지 않고 178조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부터 솔직하지 못했다. '세금 안 올리고 세금을 많이 쓰겠다'는 것은 허구다.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의 선후(先後)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려면 먼저 정부의 지출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씀씀이를 줄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도 도저히 안 될 때 하는 최후의 수단이 증세다. 지금 정부가 재정 지출 절감을 위해 하는 노력이 뭐가 있나. 지출 개혁은커녕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하고 있다.

      정부 공약대로 공무원을 17만명 늘리면 5년간 28조원이 든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했다.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걸 일자리 대책이라고 하면서 매년 세금 5조원을 더 쓰겠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내년에만 3조원의 예산이 들어가게 됐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연간 16조원이 필요하다. 민간 업체 근로자 임금을 국민 세금으로 대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면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 새 정부는 시작부터 '무엇 더 준다' '무엇 해준다'는 선심을 연발하고 있다. 형편만 되면 어떤 정권이든 그렇게 하지 않았겠나. 형편이 안 되는데도 수십조원을 뿌리며 세금을 올린다고 한다.

      '탈(脫)원전' 방침에 따라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완전 중단하면 2조6000억원의 국민 돈이 허공에 날아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국민 돈을 '헛돈'처럼 쓰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공공 부문 성과급제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방만한 공기업 경영을 개선해 국민 돈 낭비를 줄이려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앤 것이다. 그러고 세금 더 내라고 하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새 정부도 욕먹을 걱정을 했는지 증세 대상을 우선 소수의 대기업과 고소득층으로 한정했다. 숫자가 작으니 반발해보았자 별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증세에 대한 저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어나게 된다.

      국가의 세수(稅收)는 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경제를 키워 늘리는 것이다.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세금은 자연스럽게 더 걷힌다. 그 액수도 매우 크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지난해만도 246억달러의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것만 국내에 잡아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 몇 조원이 더 걷힌다. 그렇지만 정부·여당은 서비스기본법·규제특구법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성화 법제마저 안 하겠다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성 귀족 노조 편을 든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놓아두고 국민 세금으로 온갖 선심을 쓰면서 세금 청구서를 또 들이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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