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불법 운전연수 단골 '브레이크봉'… 탈부착식도 사고 위험천만

    입력 : 2017.07.22 03:02

    운전 강사 자격이 없는 도모(55)씨는 신모(48)씨와 함께 2015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경기 북부에서 무허가 운전연수 학원을 열어 개인 소유 차량으로 불법 운전 연수를 시켜줬다. 정식 학원 교습비의 절반 수준인 20만원대 학원비(10시간 기준) 광고를 보고 찾아온 2000여명에게 "정식 학원 강사들이 가르친다"고 속였고, 무자격 강사는 12명에 달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무허가 운전연수 학원을 운영하며 5억원가량을 챙긴 이들을 도로교통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이달 14일 밝혔다.

    전문 운전 교육 교습 차량은 운전에 미숙한 수강생이 브레이크 페달을 제때 밟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조수석에도 브레이크 페달이 설치돼 있다. 조수석에 앉은 강사가 언제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무자격 강사들은 조수석에서 손으로 조작하는 이른바 '브레이크봉'을 개인 차량에 달아 유사시 이 막대기를 눌러 차를 정지시켰다. 경찰은 "손으로 조작하는 브레이크봉은 불법은 아니지만 성능이 검증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운전연수봉'으로 불리는 브레이크봉은 1m가량 길이로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지팡이와 비슷한 모양으로, 브레이크 페달 위쪽에 봉의 한쪽 끝을 연결한 다음 조수석 동승자가 다른 끝 부분을 손으로 눌러 사용한다. 국내 3~4개 업체가 생산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5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다. 개인 차량에 브레이크봉을 달고 영업하는 불법 운전학원들이 거듭 적발되면서 자동차 불법 개조 논란이 있었으나 브레이크봉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페달에 볼트로 고정하는 일체형 브레이크봉은 도로교통법상 불법 부착물에 해당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판매되는 브레이크봉은 고리로 연결하며 탈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간 운전 교육에도 많이 사용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도 " 탈부착이 가능한 브레이크봉을 보조 장치로 사용하는 것은 자동차 구조 변경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무자격 운전 강사들이 불법 운전연수에 사용한 브레이크봉. /서울종암경찰서
    충북 청주에 사는 회사원 이모(29)씨도 지난 3월 여동생 도로주행 연습을 도울 때 자신의 차에 브레이크봉을 달았다. 이씨는 "운전을 가르치다 위험할 때 조수석에서 제동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큐딜리온 중고나라에 따르면 2014년 120건 중고 거래됐던 브레이크봉은 지난해 990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도 이달까지 770건 거래됐다. 브레이크봉을 판매하는 오준우(41) 씨드앤트리 대표는 "경찰청 교통안전과와 국토교통부로부터 각각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불법 운전학원들이 브레이크봉을 사용하면서 제품이 불법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레이크봉이 100% 안전한 장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정모(30)씨는 지난해 장롱면허인 친구의 운전 연습을 도우려고 브레이크봉을 달아 쓰다가 앞차를 들이받을 뻔했다. 정씨는 "브레이크봉을 얼마나 세게 밀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 너무 강하게 밀면 급제동이 될까 봐 천천히 밀었더니 제대로 멈추지 않아서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하승우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자동차 브레이크는 기본적으로 발로 밟아 일정한 힘이 가해져야 작동하도록 설계된 장치"라며 "차량 설계 때 없던 장치를 손으로 밀면 발로 힘을 가하는 것보다 적은 힘이 전달돼 원하는 만큼 제동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조수석에서 봉을 밀다가 각도가 조금만 틀어지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브레이크봉이 초보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사고를 막을 수도 있지만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보조 장치로 차량을 조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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