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들어오지말라" 서울숲길의 실험

    입력 : 2017.07.21 03:04 | 수정 : 2017.07.21 08:52

    [성동구, 카페거리 특색 지키기 위해 내달부터 입점 제한]

    카페·공방 등 300여곳 들어서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 오르면 소규모 상점 밀려나는 악순환
    주민협의체에서 허가하기로

    - 엇갈리는 주민들
    "개성 있는 거리 유지 어려워" "프랜차이즈는 할인혜택 많아"

    서울숲길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구역 지도
    연인들은 카페가 들어선 골목 곳곳을 걸어 다녔고, 주택을 개조한 공방(工房)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 난 식당과 술집은 손님들로 붐볐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의 풍경이었다.

    뚝섬역~성수고등학교 대로와 서울숲공원 사이에 있는 이곳은 낡은 주택가였다. 2014년 무렵부터 카페와 공방 등 특색 있는 가게 300여 곳이 몰리면서 유명해졌다. 서울숲길·성수역·뚝섬역 일대는 이제 '성수동 카페거리' 혹은 '제2의 경리단길'로 불릴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상권이 떠오른 곳엔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성동구는 다음 달부터 서울숲길 일대 약 9만㎡에 프랜차이즈(음식점·카페·제과점·화장품 판매점) 입점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명소로 떠오른 지역에서 임대료가 올라 소규모 상점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는 지난 2015년 9월 제정한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 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와 서울시가 지난 5월 고시한 '뚝섬 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근거로 삼고 있다. 성동구는 특성화 거리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 상권에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서촌과 명륜동 일대에선 비슷한 정책이 도입됐는데, 사대문 밖에서 프랜차이즈를 제한하는 경우는 성동구가 처음이다.

    구는 건물주 5명, 임차인 5명, 직능단체장 5명, 지역활동가 5명으로 구성된 '상호협력주민협의체'를 만들어 프랜차이즈 입점 심의와 허가를 맡기기로 했다. 미국 뉴욕시의 주민행정 참여 기구인 '커뮤니티 보드(Community Board)'를 모델로 삼았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의 한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성들. 성동구가 다음 달부터 ‘성수동 카페거리’로 불리는 이곳에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의 한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성들. 성동구가 다음 달부터 ‘성수동 카페거리’로 불리는 이곳에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고운호 기자
    '안티 프랜차이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취업 준비생 구현이(27)씨는 "개성 있는 거리를 유지하려면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살았던 곳이 다른 번화가처럼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주민도 있다. 인근 상인들도 성동구의 정책을 환영한다. 동네 수퍼를 운영하는 김정희(61)씨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 소매상인들은 위험해진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입점을 막는 것이 기업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 건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숲길에 사는 회사원 김슬아(31)씨는 "주민 입장에선 스타벅스 같은 카페도 있어야 편리하다"고 했다. 쿠폰이나 할인 혜택이 많아 프랜차이즈를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2015년에 만 19~59세 사이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빵집 선호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6%가 '동네 빵집보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더 찾는다'고 답했다.

    성동구가 성수동 일대에서 추진하는 '상생협약'도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정책이다. 상생협약은 건물주와 임차인, 구청 측이 각각 '임대료 인상 자제' '환경 개선 노력' '보도 등 인프라 확충' 등을 약속하는 삼자협약이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성동구 관계자는 "서울숲길이 있는 성수1가 2동에선 전체 건물주 255명 중 159명(62%)이 상생협약에 서명했다"며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건물주에게는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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