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고독사 방지 위해… 양천구, 친구·멘토 주선

    입력 : 2017.07.21 03:04

    김정의(56)씨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직원 20여명을 둔 중소 종합건설회사를 운영했다. 회사를 꾸리는 재미에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2013년 실업자가 됐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수십억원대의 빚더미를 떠안은 것이다. 회사는 부도가 났다. 지인들도 멀어졌다. 가족이라곤 누나 두 사람뿐이었던 김씨는 외톨이가 됐다. 우울증이 생기면서 몇년간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집에서만 지냈다. "방에 있는 완강기 로프를 바라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이런 김씨에게 지난 달 친구가 생겼다. 양천구청이 주선을 했다. 구는 지난 2월 50대 1인 남성 가구 6841가구를 전수조사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생활 형편이 어려운 중년 남성을 찾았다. 구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75명에겐 친구 겸 조언자 역할을 할 자원봉사자를 소개했다. 50대 독거 남성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일명 '나비남 프로젝트'였다.

    2016년 서울복지재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서울에서 고독사한 162명 중 50~64세가 전체의 48%인 78명이었다. 양천구청 복지정책과 이경숙 팀장은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정책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맞춰져 있어 50대 독거 남성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구는 평소 지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주민들을 중심으로 50대 독거 남성을 위한 '멘토단'을 만들었다.

    김정의씨의 멘토는 박영근(61)씨.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퇴직 근로자 박씨는 지난 달부터 매일 전화로 김씨의 안부를 묻고, 종종 만나 대화를 나눈다. 박씨는 지난 18일엔 김씨의 세 평 남짓한 원룸을 찾았다. 그는 김씨가 예전에 그렸던 아파트 조감도를 보고 "건축업을 했던 능력을 썩히지 말고 새로 일자리를 찾아보자"고 격려했다. 김씨는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신월동에서 30여년간 양복점을 해온 김봉용(61)씨는 동네 다세대주택에 사는 남모(56)씨를 보살피고 있다. 강원도 사북탄광에서 암석 뚫는 일을 했던 남씨는 간경화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김씨는 매주 여러 차례 남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에 들른다. 이정미 신월4동 방문 복지팀장은 "독거 중년들은 건강이나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도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의 상황을 멘토들이 파악해 주민자치센터나 구청에 알려주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정보]
    2004년에 출범한 서울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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