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우리 원자력 공학도들은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조선일보
  • 이은혜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석사학위과정
    입력 2017.07.21 03:06

    이은혜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석사학위과정
    이은혜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석사학위과정
    대학교 1학년 때 학부 산업체 견학을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방문, 원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책임감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그때 원자력 기술자에 대한 꿈이 구체화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더 안전한 원전을 위해 연구해온 선배들이 존경스러웠고, 저도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전 기술이 전혀 없던 1970년대 해외 턴키 방식의 고리 1호기 건설에서, 우리의 자립된 기술력으로 해외로 수출하기까지의 발달을 이끈 선배들의 노력은 우리 원자력 공학도들에게 자랑이자 꿈의 원동력이었습니다. UAE 원전 건설 현장에 다녀온 친구들도 "우리 기술력이 자랑스럽고 감격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전력의 30%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2009년에는 UAE와 186억달러 규모의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원자력 산업계는 이에 맞춰 채용 인원을 늘렸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년까지 UAE에 3000명의 원전 운영 전문 인력을 파견합니다. 이렇게 해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 실업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 반핵 단체의 비과학적 주장으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싸늘해지더니 급기야 공들여 쌓아온 기술까지 부정하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여러 이유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6월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산업계는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조성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원자력 공부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만들 것입니다. 작년에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의 설계수명만 따져도 최소 60년간은 원자력 산업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상황이 지속된다면, 젊고 유능한 과학자와 현장 전문 인력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실제로 적잖은 후배들이 불안한 나머지 벌써 진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올 연말 입시에서 전국의 많은 원자력공학과 및 유관 학과들이 어떤 상황에 놓일지를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원자력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인 저 또한 더욱 가치 있고 걱정 없는 에너지 원자력을 위해 학업과 연구에 정진할 수 있는 분위기로 어서 되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인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으로 가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탈원전 전환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무리 없이 대체 가능하다면 물론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에너지 정책은 안정적 공급과 에너지 안보 측면이 우선 고려돼야 합니다. "원전은 위험하니 무조건 중단하자"는 생각이야말로 위험합니다. 위험도 잘 관리하면 안전하게 만들 수 있고, 이를 위해 저희 같은 젊은이들이 더 공부하면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진 훌륭한 원자력 기술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탈원전 정책'의 그늘에서 벌어진 젊은이들의 방황이 더 악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 등 정책 기관들은 신중하게 결정해주기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 대책이 마련된 에너지 정책의 수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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