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 양윤경 패션 칼럼니스트

    입력 : 2017.07.21 03:04

    On the Runway

    '콜라보노믹스'라는 말이 있다. 협업을 뜻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상생하자는 윈윈 파트너십을 뜻한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2004년 H&M과 칼 라거펠트의 콜라보레이션은 패션 월드 버전 콜라보노믹스의 신호탄이었다. 몇 만원짜리 티셔츠를 파는 패스트패션의 대표 주자와 수십만원짜리 티셔츠를 파는 유럽발 하이패션 대부와의 만남이라니! 결이 전혀 다른 두 존재의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했다. "H&M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이패션 디자이너의 이름을 팔 수 있다는 이익을 얻겠지만, 과연 칼 라거펠트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계약금에 욕심내다가 결국 패스트패션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 치부되어 하이패션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사람들의 우려는 빗나갔다. H&M은 완판 신화를 기록하며 '값은 저렴하지만 디자인은 비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라거펠트는 자신의 디자인을 입는 젊은 팬층을 확보했다. 기존 라거펠트를 입는 고객은 50대가 대부분이었으니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H&M은 이후 스텔라 매카트니, 베르사체, 랑방, 알렉산더 왕, 발맹, 겐조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켰고,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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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은 겐조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 H&M 제공
    H&M의 성공에서 힘을 얻은 하이엔드 패션 디자이너들은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좀 더 재미있는 협업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베트멍은 챔피온, 휠라 등 저물어가는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단숨에 핫한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베트멍의 다음 파트너는 타미힐피거다. 후디, 반팔 티셔츠, 양말 등 타미힐피거가 선보이는 전형적인 아이템들이 베트멍의 트레이드마크인 오버사이즈 스타일로 디자인될 예정이며, 가격은 평소 토미 힐피거에 비해 '0'이 하나 더 붙는 베트멍식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캡 모자가 285달러, 양말이 100달러 선이다. 지난 6월 30일에는 루이 비통과 스트리트 브랜드 수프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파리, 런던, 시드니, 도쿄, 베이징, 서울 등 전 세계 8개 도시의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 출시 하루 전에야 팝업 스토어의 정확한 장소가 공개되었는데, 도쿄점에서는 29일 밤부터 7000여 명이 팝업 스토어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패션 아이콘과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다. 미국 패션 어워드 CFDA의 패션아이콘상을 수상한 팝스타 리한나는 아예 푸마의 여성복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그리고 자신의 미들 네임인 펜티(Fenty)를 딴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론칭하고 스웨터와 팬츠, 드레스, 스니커즈 등을 출시했다. 영국 멀티브랜드 편집숍 아소스(ASOS)는 6월 뮤직비디오 채널 MTV와 함께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다. MTV는 1980년대 팝 문화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고, 아소스는 이를 아우터웨어와 셔츠, 청바지 등 20벌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NGO 단체와의 콜라보레이션 소식도 들려온다.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창조적 콜라보레이션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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