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향 가요"

    입력 : 2017.07.19 03:06

    불법포획 20년만에… 서울대공원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2마리 제주 바다로
    먹이 사냥 등 야생성 회복 위해 2개월간 함덕 해안서 적응훈련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했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수컷·25세 추정)'과'대포(수컷·24세 추정)'가 20년 만에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18일 오후 3시 20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 금등과 대포는 원형 가두리 안에서 돌돔과 광어로 식사를 했다. 사람이 주는 마지막 먹이였다. 가두리 입구 그물이 열리자 대포가 먼저 바다로 빠져나갔다. 어디선가 야생의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나타났다. '귀향(歸鄕)'하는 대포를 반기듯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금등은 5분쯤 더 가두리 안에 머물다 잠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대포는 1997년 서귀포시 중문동 대포마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이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 내 위치한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에 팔렸다가 2002년에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금등은 1998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1999년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금등과 대포는 각각 6번과 7번이라는 식별 번호를 등지느러미에 새기고 있다. 포획됐다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6, 7번째 돌고래라는 뜻이다.

    남방큰돌고래 대포가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 가두리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위). 서울시, 해양수산부, 제주도,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대포와 금등이를 야생의 바다로 돌려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먹이를 줬다(아래).
    남방큰돌고래 대포가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 가두리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위). 서울시, 해양수산부, 제주도,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대포와 금등이를 야생의 바다로 돌려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먹이를 줬다(아래). /연합뉴스

    꼭 4년 전인 2013년 7월 18일엔 제돌이, 춘삼이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사육 상태에서 야생의 바다로 돌아갔다. 이들과 함께 적응 훈련을 하던 삼팔이는 한 달쯤 먼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먼저 빠져나갔다. 2015년엔 태산이와 복순이 가 뒤를 이었다. 이 5마리는 모두 돌고래 무리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삼팔이와 춘삼이는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야생에 돌아가 번식까지 성공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한다.

    금등과 대포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50세가량이다. 너무 오래 사육되어 야생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는 2012년 폐지됐지만, 금등과 대포는 방류 대상에서 제외돼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둘은 지난 5월 22일 제주시 함덕 앞바다 200여m 지점에 설치된 직경 22m·깊이 7m의 원형 해상가두리로 옮겨왔다. 이후 50여 일간 야생 적응기를 거쳤다. 훈련 초기엔 사람이 먹이로 풀어준 고등어, 오징어, 광어 등 살아 있는 다양한 어종을 사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눈에 염증이 생겨 강한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야생 적응에 큰 힘이 됐다. 지난 6월 4일 남방큰돌고래 2마리가 가두리 근처에 와서 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 목격됐고, 지난 6일에는 가두리 시설 인근에 8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나타나 한동안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친구들 곁으로 돌아간 금등과 대포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이곳에 1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함덕 해역은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으로, 최적의 자연 적응 훈련 장소로 꼽힌다. 송천헌 서울대공원장은 "장기간 사육된 돌고래가 방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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