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국방개혁 나서자… 합참의장 "날 X먹이려 하나"

    입력 : 2017.07.19 03:06

    [예산 1조원 감축 추진에 전례없는 항명… 마크롱은 경질 시사]

    군사력 위축·군 사기 저하 우려… 정치 관여않는 프랑스軍 전통 깨
    "복종은 신뢰에서 나온다"며 경질 압박엔 '사퇴 불사' 맞대응

    정치권·여론도 마크롱 비판… 개혁 리더십 타격 입을 수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한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프랑스군 최고 사령관인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국방예산 감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군 최고 사령관이 반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드빌리에 의장의 경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이 군부와의 충돌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64% 지지율을 기록 중인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국방 개혁은 난제(難題)로 보인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1일 마크롱 정부가 발표한 예산 감축 방안이었다.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 장관은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올해 정부 예산 중 외교·복지 분야에서 45억유로(약 5조8000억원)를 줄일 것"이라며 "국방 예산도 8억5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재정 적자는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스페인에 이어 둘째로 높다. 작년 재정 적자는 690억유로(약 90조원)에 달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드빌리에 합참의장 '충돌' 일지
    하지만 드빌리에 합참의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12일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마크롱 정부가) 나를 X먹이도록 놔두진 않겠다"고 말했다. 시리아·북아프리카 등에서 대(對)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의 예산을 갑자기 줄이면 군사력은 크게 위축되고, 전선(戰線)의 장병들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합참의장이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프랑스군은 정치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전통 때문에 '위대한 침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드빌리에 의장의 이번 반발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군부의 반발을 힘으로 누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13일 저녁 국방부를 찾아가 군 수뇌부를 상대로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고 군도 예외가 아니다"며 "이런(군 예산 삭감) 논의를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명예롭지 않은 행동"이라며 말했다. 이어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라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주간 주르날 뒤 디망슈(JDD) 인터뷰에서 "합참의장은 공화국과 군대의 서열을 잘 지켜야 한다"며 "대통령과 합참의장의 의견이 충돌한다면 합참의장이 교체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드빌리에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 그를 경질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드빌리에 의장은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소 페이스북에서 장병에게 메시지를 전해온 드빌리에는 14일 프랑스 대혁명 228주년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복종은 억압이 아닌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군을 너무 호되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M) 소속 그웬달 루이아르 의원은 "(테러 위협이 일상화한 시기에) 국방 예산을 감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 관계자도 "국방 예산 감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네티즌 2만여 명은 마크롱 대통령이 '너무 거만하다'며 합참의장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집권 후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합참의장 항명으로) 예산 삭감이 예정된 다른 부처들과 또 다른 개혁 대상인 노동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르피가로는 사설에서 "이번 사태는 권력에 심취한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그가 합참의장을 복종시키거나 경질할 수는 있어도, 거리로 나오는 청년들과 노조원들까지 복종시킬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물정보]
    마크롱·트럼프의 '파리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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