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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딥체인지 1년]① M&A·혁신·상생…최태원의 3가지 주문

    입력 : 2017.07.18 06:05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갑자기 죽을 수 있다” 근본적 변화 주문
    과감한 M&A·계열사 사업구조 재편…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

    요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자산 기준 서열 3위인 SK다.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최악의 처지에 몰려있지만 SK는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선언 이후 달라진 SK그룹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작년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이천 SKMS(SK Management System) 연구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박성욱 당시 SK하이닉스 사장(현 부회장)에게 “SK하이닉스가 더 강한 반도체 회사가 되려면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계속 보존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의 주 저장 장치로 쓰인다)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약 4개월 뒤인 올해 2월 초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매각 주관사에 제출했다. 4개월 넘게 진행된 매각 작업 끝에 SK하이닉스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 일본정책투자은행(DBJ),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급사) 할 수 있다”며 모든 분야에서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참여도 변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진행된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딥 체인지 선언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최고의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가진 기업을 사들여 단번에 경쟁력을 높이는 ‘점프’ 전략이다. 또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의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2017년 확대경영회의’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SK 그룹 제공
    ◆ ‘딥 체인지’ 선언 후 M&A 큰 손 등극

    SK그룹은 최근 1년간 주요 그룹 중에서 가장 활발한 M&A에 나섰다. 삼성과 롯데는 그룹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현대차와 LG는 이렇다 할 결과물이 아직 없다.

    SK그룹은 딥 체인지 선언 이후 총 6개 기업(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SK네트웍스는 작년 9월 주방, 생활가전 제조업체인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작년 12월엔 오픈마켓 11번가 운영사인 SK플래닛이 신선식품 쇼핑몰 헬로네이처를 사들였다. 올해 1월엔 SK㈜가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을, SK㈜ C&C는 물류 자동화 회사인 에스엠코어를 각각 샀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EAA) 사업을 인수한다. EAA는 고부가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수지 중 하나로 음료나 육류 등 식품을 보관하는 무균 포장재, 치약·화장품 등을 담는 튜브, 약품 포장재 등에 쓰인다. 가장 최근에는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지난달에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했다.

    SK그룹은 기존 계열사와 새로 인수한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 화학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다우케미칼 EAA사업 인수를 완료하면 훨씬 다양한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07년부터 공을 들여 2014년에 중국 화학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다우케미칼 EAA 사업을 인수한 것도 중국 시장의 화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작년 말에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에 신성장 사업 지원을 전담하는 전략위원회를 신설했다. 전략위원회는 세계 유력 기업과 합작을 강화하는 ‘글로벌 파트너링’과 해당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인수하는 ‘M&A'를 총괄한다. 글로벌 파트너링과 M&A를 통해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SK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선행돼야 하고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가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 배터리 투자하는 정유사, 인공지능 연구하는 통신사

    작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사업구조 혁신을 주문한 이후 주요 계열사들은 체질 개선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당시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서든데스가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20년까지 배터리·화학 분야에 최소 10조원을 투자해 회사의 정체성을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정유 부문은 유가의 등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좌우되는데, 비(非)정유 부문을 키워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장해 전체 이익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SK인천석유화학 출범, 중국 시노펙과 합작법인 ‘중한석화’ 설립, 스페인 렙솔과 합작법인 ‘일복(ILBOC, Iberian Lube Base Oils Company)’ 설립 등 화학과 윤활유 사업에만 4조원 넘게 투자했다. 그 결과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2015년 46%(8985억원)에서 2016년 53%(1조7008억원), 올해 1분기 55%(5496억원)로 꾸준히 늘었는데 이 구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사업단을 신설하고 ICT 기술총괄과 미디어기술원도 새로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작년 9월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인 ‘누구(NUGU)’를 출시하는 등 AI 생태계 주도권 잡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사업단은 AI 기술 확보와 서비스 기획 및 개발, 사업 확대 등을 총괄한다.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구조 혁신에 이어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가 대주주로 있는 SK네트웍스는 작년 말 타미힐피거, DKNY 등 패션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사업 부문을 현대백화점 그룹에 약 330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올해 초 LPG 충전사업과 충전소 유형자산을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과 SK가스에 3102억원에 팔았다. SK네트웍스는 사업 부문 매각에 대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33개였던 사업 목적을 21개로 줄였다. 생활·교육서비스, 광고, 자동차 매매 사업을 제외하고 바이오 의약품과 신재생에너지 생산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다른 계열사와 중복되거나 성과가 미미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 등을 새로 편입한 것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업구조 혁신을 요구하니 계열사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중”이라며 “앞으로 사업구조 재편이 더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SK 그룹 제공
    ◆ “사회와 함께 하는 딥 체인지” 사회적 책임 강조

    작년에 서든데스를 언급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확대경영회에서는 딥 체인지와 함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심각해지고 있다.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계열사의 경영성과평가지표(KPI)에 부의 양극화, 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주로 재무적 가치 위주로 평가하는데 사회적 가치 기여도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SK는 그룹이 보유한 유형, 무형의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이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SK그룹은 2015년부터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최 회장이 2014년에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저서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사회적 기업(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상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빈집을 리모델링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거나 버려진 토너를 재생하는 기업 등이 대상이다. SK그룹은 2015년에 30억원, 작년에 48억원을 각각 44개 기업, 93개 기업에 지급했다.

    SK그룹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지는 올해 10월 열릴 예정인 CEO 세미나에서 보다 구체화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이 추구하는 딥 체인지의 근본적인 목적은 결국 사회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게 경영진 생각”이라며 “각 관계사는 딥 체인지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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