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 받아든 北… 확성기 끄러 나올까, 을지훈련 이유로 깰까

    입력 : 2017.07.18 03:04

    [정부, 北에 군사·적십자회담 제의]

    - 정부 1차 목표는 '대화 채널' 복구
    "서해 軍 통신선 복원 회신 달라"

    - 北, 이산가족 상봉엔 시큰둥
    "탈북 식당 여종업원 보내라" 등 한국이 못받을 카드만 계속 요구

    정부 관계자 "회담 성사 가능성은 군사회담 60% 적십자 30% 본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적십자회담, 군사회담 동시 제안에 대해 북한이 19~20일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정 제안' 형식의 호응, 거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북한은 '정치·군사 문제가 선행되지 않은 민간 교류는 허울에 불과하다'고 했기 때문에 군사회담에는 응할 가능성이 있고, 군사회담 진행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회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각각 60%, 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北, 군사회담에 관심 보일 가능성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의제로 하는 적십자회담보다는 군사회담에 흥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군사회담 의제로 내세운 '상호 적대 행위 중단'을 통해 북한이 '최고 존엄' 문제로 여기는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의 사안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도 "북한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를 꺼야 하기 때문에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남북 군사·적십자 당국회담 예상 의제
    남북은 작년 1월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상태다. 북한이 4차 핵실험(1월 6일)을 강행하자 우리 군이 응징 차원에서 방송을 재개(1월 8일)했고, 북한도 곧바로 대응 방송에 나섰다. 우리 군 확성기의 가청 거리는 10여㎞에 달하지만 북한군 확성기의 가청 거리는 1~3㎞에 불과해 우리 쪽에선 들리지도 않는다. 북한군 확성기는 대남용이라기보다는 북한군 장병들이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을 듣지 못하게 하는 자체 교란 목적이 크다. 말은 '상호 중단'이지만 실제론 '남측의 일방 중단'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확성기를 끄는 대가로 단절된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정책 입안·실행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은 대선 전부터 "남북 간 대화 채널부터 복구가 급선무"라고 해 왔다. 대화 채널이 열려야 대북 정책에 시동이 걸린다는 것이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이날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軍) 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답신 방식을 적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궁극적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과 북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 같은 걸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통일부가 관리하는 판문점 적십자 채널은 작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했고, 국방부가 담당하는 서해 군 통신선도 같은 시기 끊겼다.

    통일장관·국방차관·적십자사 회장 대행, 동시다발로
    통일장관·국방차관·적십자사 회장 대행, 동시다발로 "北, 회담 갖자" - 정부는 17일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동시 제의했다.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 정부의 제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주석(가운데) 국방부 차관, 김선향(오른쪽)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이 각각 국방부, 대한적십자사 본사 대회의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북한이 군사회담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강력 반대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8월)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선뜻 회담에 응하긴 어렵다"고 했다. UFG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역제안을 하거나, 회담에는 나오되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주한 미군 철수 등 '근본 문제 해결'을 고집하며 판을 깰 가능성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 생각 없는 北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에 대해선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북한은 작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 남한에 정착한 뒤 북송(北送)을 요구해 온 탈북자(김련희)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한국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런데도 같은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항상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되면 북측 관계자들은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서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우리가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줬으니 남측도 선물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곤 했다. 서강대 김재천 교수도 "북한이 적십자회담에 응한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했다.

    [나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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