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기립박수… '남다른 돌풍' 시작됐다

    입력 : 2017.07.18 03:05

    박성현, 美 데뷔후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으로
    LPGA 신인왕 사실상 굳혀… 상금랭킹 2위로
    숱하게 우승해도 안울더니… 어머니 보자 '왈칵'

    여자 골프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승을 거둔 박성현(24)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경기 내내 무뚝뚝하던 얼굴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치러지는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사흘째 경기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를 마친 박성현이 클럽하우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72회 US여자오픈(총상금 500만달러).

    평소 무뚝뚝한 표정의 박성현도 트로피를 들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수퍼 루키’박성현은 17일 최고권위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승을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평소 무뚝뚝한 표정의 박성현도 트로피를 들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AFP 연합뉴스
    이렇게 남다른 '첫 승'을 올린 골퍼가 몇이나 될까. 그는 국내 첫 우승도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거뒀다. 팬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박성현이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승승장구했듯이, US여자오픈 우승이 미국 무대 돌풍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박성현 별명은 '남달라'다.

    중학교 시절 '정상에 오르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선생님 말에 감명을 받은 뒤 스스로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그의 인터넷 아이디는 물론 팬클럽 이름도 '남달라'다. 그는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다승왕·상금왕·최저타수상을 모두 거머쥐는 등 국내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지만, 처음부터 남다른 선수는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빨간 원) 미 대통령이 경기를 마치고 걸어나가는 박성현을 내려다보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빨간 원) 미 대통령이 경기를 마치고 걸어나가는 박성현을 내려다보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큰 키(171㎝)에서 뿜어내는 장타력이 일품이지만 국가대표였던 고 2때는 드라이버 입스(샷 실패 불안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KLPGA 투어 카드를 얻은 2014년 출전한 24개 대회에선 톱10에 든 게 단 3번이었다. 2015년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그는 무섭게 달라졌다. 2015년 3승, 2016년 7승을 거두며 정상급 골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 진출한 LPGA 투어의 벽은 높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출전한 13경기에서 톱5에 4차례 들었지만 우승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최종 4라운드를 4위(6언더파)로 출발한 박성현은 14번홀까지 3타를 더 줄여 합계 9언더파로 펑산산(28·중국), 최혜진(18)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승부처는 15번홀(파5)이었다. 박성현은 7m짜리 긴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박성현은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2타 차 선두가 됐다. 18번홀(파5)에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마지막 시험대에 섰다.

    하지만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을 '범프앤드런(bump and run·그린 앞의 둔덕에 공을 떨어뜨려 속도를 줄여 홀 주변에 멈추게 하는 어프로치 샷)'으로 홀 옆 50㎝에 붙였고, 파로 마무리하며 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박성현은 우승 상금 90만달러(약 10억2000만원)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숱하게 우승을 해도 눈물 한 번 보이지 않았던 그는 어머니를 보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엄마가 '성현아 잘했다'고 말하니 그제야 우승이 실감이 났다"고 했다. 박성현은 영어가 서툴러 통역을 거쳐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식 인터뷰 말미에 박성현이 영어로 "미국골프협회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 팬들에게도요(Thank You USGA. Specially thanks to my fans)"라고 말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박성현은 17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보다 6계단 상승한 5위에 올랐다. 상금 순위도 13위에서 2위로 점프했고, LPGA 투어 신인상도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올해 치러진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은 ANA 인스퍼레이션의 유소연과 위민스 PGA 챔피언십의 대니엘 강, US여자오픈의 박성현 등 모두 한국(계) 선수가 차지했다.

    [인물정보]
    LPGA 신인 박성현, 'US여자오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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