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80] 처음 경험하는 '어른의 맛'

조선일보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17.07.18 03:10

    단란한 가족의 오후다. 하인이 은쟁반에 커피를 받쳐 들고 오자, 엄마가 티스푼으로 한 모금 떠서 조심스레 작은 아이의 입으로 가져간다. 커피를 준다는 말에 신이 난 아이는 애지중지하던 인형마저 바닥에 팽개쳤다. 작은 주인이 커피를 마시든 말든, 개는 땅에 묻어둔 뼈다귀를 찾기 바쁘다. 언니와 아빠가 지켜보는 앞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될 '어른의 맛'을 기대하는 아이의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프랑스 화가 니콜라 랑크레(Nicolas Lancret ·1690~1743)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니콜라 랑크레,‘ 아이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부부’, 1742년경, 88.9×97.8㎝,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니콜라 랑크레,‘ 아이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부부’, 1742년경, 88.9×97.8㎝,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랑크레는 마부인 아버지와 구두장이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천한 신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혁명 이전, 귀족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프랑스에서 화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는 우아하게 차려입은 인물들이 파스텔톤 가득한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연애와 댄스파티를 즐기는 장면을 주로 그렸다. 매력적인 주제, 자연스러운 구도, 세련된 표현 등 모든 것이 적절했던 그의 그림은 베르사유 궁전을 장식했고, 판화로 대량 복제되어 팔려 나갔으며,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 같은 권력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당대의 명예에 비해 이후의 평가는 냉정해서 그는 그저 유행을 따라 선배들을 모방하여 예쁘장한 그림만 그려낸 영혼 없는 화가라고 알려져 있다.

    쉰 살이 되도록 미혼이었던 랑크레는 유명 극작가의 손녀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고작 열여덟 살이던 그녀와 결혼을 감행했다. 하지만 랑크레는 곧 결핵으로 사망했다. 이 그림은 세상을 뜨기 직전에 그린 것이다. 예쁜 그림이 갑자기 서글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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