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인 광주고검장 사의 "리콜 미적댄 기업들 모두 도태…檢, 시장불신 원인 짚어내야"

    입력 : 2017.07.17 19:05

    "검찰, 사기업이라면 벌써 존립기반 잃어…시장 불신 원인 짚어야"

    오세인 광주고검장. /조선일보DB

    오세인(54·사법연수원 18기) 광주고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오 고검장은 문무일(56) 검찰총장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문 후보자 등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총장 후보자 네 명 중 한 명이었다.

    오 고검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검찰의 위기를 말한다. 어찌어찌하면 이번에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면서도 “지금 검찰이 맞은 위기는 보다 근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고검장은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존립을 보장받았던 것은 경쟁 없는 업무환경 덕분”이라며 “만일 검찰이 시장에서 동등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경쟁자를 가진 사기업이었다면 벌써 존립의 기반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에 보다 높은 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했다”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급기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경쟁 조직의 설립이 거론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썼다.

    그는 “세계적 기업들은 신뢰 상실을 가장 큰 위기로 여긴다. 불량품이 발견되면 리콜해 원인을 분석하는데 (그렇지 않고) 미적댄 기업들은 모두 도태됐거나 도태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검찰이라는 공적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시장 불신의 원인을 반드시 짚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고검장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완의 수사에 대해서는 정의에 부합하는 보충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신뢰회복의 출발점이자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인사의 탈정치화와 객관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오 고검장은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검사는 인사에서 이유 없는 불이익을 받으면 직업적 긍지에 큰 상처를 입고 왜곡된 결정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정당하고 떳떳하게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 검찰의 선차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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