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 화장법으로 스타덤… "치매 올까봐 시작했제"

    입력 : 2017.07.17 03:02 | 수정 : 2017.07.17 08:00

    [70대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

    손녀 권유로 영상 찍기 시작해… 홈쇼핑 출연할 정도로 인기 폭발
    첫 파스타 시식·해외여행기 등 구수한 입담과 정겨운 사투리에 "우리 할머니 같다"며 팬들 찾아와

    곱게 화장한 박막례(71)씨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 뒤에서 청심환을 찾았다. "노래 연습이라도 미리 해보려고 마이크를 잡으니까 막 손이 떨리고 계속 하품이 나와. 약국 가서 물어보니 노인네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겄냐고 긴장을 풀으래. 계모임 친구들도 다 구경하러 온다고 했는디 표 없다고 오지 마라고 했다니까. 망신당헌다고."

    박씨는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이다. 5개월 만에 구독자가 28만명까지 늘었다. 유튜브 스타들이 총출동한 CJ E&M 주최 '다이아 페스티벌' 무대 앞에는 500여명이 모여 앉아 최고령 출연자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할머니랑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묻는 퀴즈를 맞히려고 초·중학생들이 번쩍 손을 들었다. 박씨는 집에서 쪄온 옥수수를 나눠주고 "네 스타일 아니라 내 스타일대로 하는 거여"라며 관객 얼굴에 직접 화장을 해준 다음, 노래방 반주에 맞춰 '안동역에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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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CJ E&M이 주최한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의 축제‘다이아 페스티벌’무대에 오른 박막례씨가 자신의 팬인 한 여학생 얼굴에 직접 화장을 해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오종찬 기자
    박씨는 "세상이 하루아침에 빈대떡 뒤집듯이 딱 뒤집어졌다"고 했다. "유튜브라는 거 자체를 몰랐지. 손녀가 '할머니 이거 해야 치매 안 온다'고 해서." 치매를 조심하라는 의사 말을 듣고, 할머니가 새롭고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손녀 김유라(27)씨가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박막례 할머니의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박막례 할머니의 옥희 생일파티 갈 때 네일아트' '박막례 할머니의 파스타 첫 경험' 등의 제목을 단 영상들이 조회 수 100만 안팎을 기록했다.

    "요것(매니큐어) 한번 발라볼게요. 슬그시 바르세요." "무조건 입술과 볼을 뻘겋게 칠해야 화장한 티가 나요." 구수한 사투리에 "염병하네" 같은 욕이 간간이 섞인 영상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배우 이제훈, 개그맨 권혁수와 만나 함께 영상을 찍었고, 롯데홈쇼핑 '막례쇼'에 출연해 화장품을 팔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은 손녀가 제작·편집을 전담하지만 얼마 전 개설한 인스타그램(팔로어 10만명)은 박씨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모기장 속에 들어간 사진에 '모구장속해드러가면꼭공주같어(모기장 속에 들어가면 꼭 공주가 된 것 같아)'라고 쓰면 댓글이 줄줄 달리는 식이다.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사진 찍자는 젊은이들을 날마다 만난다고 한다. 용인에서 20년 넘게 운영해온 쌈밥 식당으로 찾아오는 팬도 많다. "전번에는 부산에서 나이가 대학교쯤 돼 보이는 열 명이 봉고차 타고 왔어요. 그다음에는 광주에서 아침 첫차로 식당까지 와서 밥만 먹고 내려갔어요. '젊은 사람들이 왜 할머니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할머니 말이 너무 재밌고 실물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니 고맙죠."

    박막례씨 인기 유튜브 영상‘계모임 메이크업’.
    박막례씨 인기 유튜브 영상‘계모임 메이크업’. /유튜브 캡처
    혼자 삼 남매 키우며 야채 장사, 떡 장사까지 안 해본 일 없다는 박씨는 "내가 진짜로 고생 많이 헌 사람이요. 사나워도 남한테 나쁜 일은 안 했거든. 못사는 사람 무시하지 마라고, 쥐구녁에도 볕 들 날 있다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요즘 깨달아요"라고 했다. 식당 문 열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한 수십 년 세월이 그의 화장법에 들어 있다. 젊은이들에겐 흔한 음식인 파스타나 쌀국수를 처음 먹어보면서 "드라마에서나 먹는 음식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영상을 보며 웃다가도 마음이 찡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박씨는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해요. 직접 바느질해서 의상까지 만들어줬어요"라고 했다. "나이 든 사람들 누구나 헐 수만 있으면 나처럼 해보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 마음이 이것이구나' 이해를 많이 하게 돼요." 박씨는 "엊그저께도 어떤 아가씨가 식당에 찾아와서 나를 꽉 안고 여기다 뽀뽀하고 저기다 뽀뽀하고 할머니 건강하라고 양파즙을 해왔드라니까"라고 자랑하면서 "'할머니 보믄 우리 할머니 생각난다'는 댓글 볼 때 가장 기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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