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100] 보수의 괘-澤風大過

    입력 : 2017.07.17 03:14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현재 한국의 보수가 처해 있는 상황은 택풍대과(澤風大過) 괘(卦)로 보인다. 주역 64괘 중에서 28번째 괘이다. 위에는 연못의 물이 출렁거리고, 아래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집의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서까래는 천정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형국이다. 여차하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 괘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주는 괘이다. 지진이 났을 때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 없다. '대과(大過)'라는 말 자체가 '크게 오버했다'는 뜻을 담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인생살이에서 대과 없는 사람 없다.

    조선 역사에서 훑어 보면 이 택풍대과 괘에 필이 꽂혔던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 1647)이다. 조선의 4대 문장가 가운데 한 명이다. 4대 문장가인 '월·상·계·택' 가운데 '택'이 바로 택당을 가리킨다. 호를 택당이라고 한 이유는 주역의 택풍대과 괘의 택에서 따온 말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쌍학리에 지어 놓았던 정자 이름도 택풍당(澤風堂)이다. 나는 아직 택풍당을 가보지 못했지만 이곳을 답사한 이종묵 서울대 교수의 글에 의하면 '양배추 속에 쌓여 있는 형국'이라서 아주 소문난 명당이라고 한다.

    이식은 왜 자신의 호도 택당이고, 정자 이름도 택풍당이라고 지었을까.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휘둘리고 자빠지면서 그만큼 풍파를 많이 겪었다는 의미이다.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서까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풍파 말이다. 택당은 대과 괘를 마음속에 새겨 놓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견디자. 이 상황도 결국 다 지나간다'고 자신을 달랬을 것이다. 기둥뿌리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대처법은 무엇일까? '독립불구(獨立不懼)하고 돈세무민(遯世無悶)'하는 방법이다. 홀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은둔해 있으면서도 고민하지 않는다이다. 찾는 사람도 많더니만 끈 떨어지니까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전화 오는 사람도 없다. 이때에 내공이 쌓인다. '독립불구 돈세무민'은 이때 외우라고 있는 것이다.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게 내공이다. 방바닥에 담요 깔아놓고 디스크 예방에 좋은 요가 자세인 '코브라 자세'와 뒷골 땅기는 데 좋은 '쟁기 자세'를 한다. 보이차나 한잔 하고 역사책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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