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x야" "씨x" 욕설 난무하는 '철통령' BJ 철구…방통심의위 9번 제재에도 끄떡없는 이유

    입력 : 2017.07.16 11:53 | 수정 : 2017.07.16 13:50

    “(인터넷 방송) BJ ‘철구’는 제가 볼 땐 유형만 다를 뿐이지 계속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거든요. 상습범이란 말이죠.”

    “우리가 내리는 규제가 거의 솜방망이예요.”

    “우리가 ‘이용정지’를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그쪽(인터넷 방송사)에서 (BJ 철구에게) 경고(만) 했다면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아요?”

    “우리 위원들이 답답하다는 문제는 위원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죠.”

    지난달 초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통신소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특정 인터넷 방송 BJ(진행자)를 두고 성토전(聲討戰)이 벌어졌다. 인터넷 방송이란 개인이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띄우고 불특정 다수가 이를 소비하는 신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이날 BJ ‘철구(방송명)’가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된 이유는 방송 중 욕설과 여성·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방심위로부터 수차례 시정 요구를 받고서도 개선하는 모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현행법상 그에 대해 어떤 강제 조치도 취할 수 없어 자괴감이 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계속되는 성토에 통상 30분 내외인 회의시간이 1시간까지 길어졌다.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뤄진 통신심의위원회 회의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1만명이 넘는 인터넷 방송BJ 중 ‘철통령(철구와 대통령의 합성어)’, ‘철와대(철구와 청와대의 합성어)’ 등 신조어를 만들며 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BJ 철구가 심의 당국의 계속되는 시정 권고 처분에도 방송 중 욕설·비하 발언을 멈추지 않아 방심위가 속을 끓이고 있다.

    내부 회의에서 “이(철구) 문제를 언론 기사화 시켜야 한다”는 발언이 나올 만큼 중대하게 보고 있지만, 관련법상 취할 수 있는 강제 조치가 없어 빗발치는 방송 시청자들의 제보에도 방심위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BJ와 인터넷 방송사 간 일정 수익을 공유하는 현 구조에서는 자정(自淨) 노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 인터넷 방송 BJ '철구'가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살아있는 상태의 식용 애벌레 '밀웜' 1000마리를 3분 안에 먹는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생방송에서 “삼일한(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5·18 폭동”

    BJ 철구는 2009년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자극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로 10~20대 젊은 시청자들에게 독보적 인기를 모은 인물이다. 국내 업계 1위 인터넷 방송사인 ‘아프리카TV’에서 내보내는 철구 방송의 고정 시청자는 약 137만명으로, 수천명의 소속 BJ들 중 선두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평소 수만명이고, 최대 13만명을 넘는다. 작년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TV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실시간 시청자(하루 중 무작위 시점에 집계한 동시 시청자수)는 채널 별로 평균 18만~25만명이다. 철구 방송의 영향력이 종편 채널에 맞먹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도 철구는 방송 중 거침없이 ‘X발’, ‘X새끼야’ 등의 욕설을 하거나 방송 출연자에게 대야에 받아 놓은 간장을 들이붓는가 하면, 요구르트를 한 번에 50병 넘게 먹는 등의 엽기적인 언행으로 유명하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통해 철구는 최근 자신이 유료아이템 환전 등으로 번 월수입이 4000만원이 넘는다고 스스로 공개한 바 있다.

    BJ 철구의 과거 방송 모습. 방송 출연자에게 대야에 받은 간장을 통째로 들이붓고 있다. /인터넷 캡처

    2015년 방심위가 인터넷 방송에 대해서 심의를 시작한 이래 철구의 방송이 심의 대상으로 올라온 건 최소 10차례고, 그중 9건에 대해서 욕설과 비하 표현 등이 문제가 돼 제재가 내려졌다. 예를 들어 작년 1월엔 방송 중 시청자에게 “뭔 X발 별풍선(시청자가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 유도를 했어 개XX야. 씨XX아 개XX야” 등 욕을 했고, 작년 5월엔 여성 출연자에게 “삼일한(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의 은어)” 등의 비하적 발언을 했다. 지난 3월엔 시청자에게 “쓰레기통 들어가서 거기 냄새 처맡으면서 평생 방구석에서 똥칠할 때까지 결혼 못하고 (중략) 맨날 기초수급금 그거 받으면서 도시락이나 까먹어라 이 새X야”라고 해 ‘기초수급자에 대한 비하 발언’ 논란을 낳았다.

    철구의 이런 발언들에 대해 방심위 통신소위는 아프리카TV 측에 철구에 대해 ‘자율 규제 강화’, ‘7일 이용 정지’, ‘30일 이용 정지’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프리카TV가 방심위의 요구와 관련해 철구에게 내린 강제 조치는 단순 ‘경고’를 제외하면 ‘3일 방송 정지’와 ‘7일 방송 정지’ 각각 한 번씩이 전부라는 것이 방심위 측 설명이다.

    특히 철구는 작년 2월 방심위 회의에 당사자로 직접 출석해 자신의 ‘막말 방송’에 대해 “창피하다” “조심히 방송하겠다”고 진술했지만, 이후에도 비하적 발언은 이어졌다. 그럼에도 아프리카TV는 작년 12월 자체 개최한 연말 시상식에서 수천명의 BJ 중 철구에게 대상(大賞)을 수여했다.

    철구가 지난 5월 생방송 중 한 ‘5·18 폭동’ 발언은 연이은 막말의 ‘정점(頂点)’으로 꼽힌다. 당시 방송에서 시청자가 자신에게 별풍선을 518개 선물하자 철구는 “5·18개(個), 폭동 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방심위는 철구의 이 발언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비하한 것으로 보고 ‘6개월 (방송) 이용 정지 요구’ 처분을 내렸다. 욕설·비하 발언에 대한 제재로서는 역대 최고 수위였다. 그러나 역시 강제력은 없었다. 아프리카TV는 철구에게 ‘경고’ 조치만 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구가 당시 방송 채팅창에 어떤 시청자가 ‘폭동’이라고 쓴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이고, 비하적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해 정보’ 시정 요구는 ‘안 지켜도 그만’

    방심위가 철구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 BJ들의 ‘막말’ 방송에 매번 ‘솜방망이’ 처분만 내리는 이유는 법의 공백 때문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 상 유통되는 음란·도박 등 ‘불법 정보’에 대해서는 심의당국이 강제 유통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징역형 등의 처벌까지 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법 시행령 제8조의 내용. '유해 정보'의 이 조항상에 따른 시정요구가 안지켜져도 벌칙 조항이 따로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욕설과 비하적 표현은 법 개념상 ‘불법 정보’가 아닌 ‘유해(有害) 정보’로 분류된다. 유해 정보에 대해선 우선 방심위가 사업자에게 관련 이용자의 이용 정지나 해지, 해당 콘텐츠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자가 이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적용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 지켜도 그만’인 셈이다. 실제 한 통신소위 위원은 철구 방송에 대한 지난달 심의 회의에서 “(철구에게 방송 정지 요구를) 6개월을 한다고 하든 1년을 한다고 하든, 어차피 결과는 그쪽(아프리카TV)에서 또 (이용 정지에 못 미치는) ‘경고’만 내린다면 마찬가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터넷 방송’이 분류상 ‘방송’이 아닌 ‘통신’의 영역에 속해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데 있다.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는 것은 지상파·종편·케이블 방송 등이다. 이들 방송은 국가의 공적 자원이라는 전제 하에 그 내용에 대해 엄격한 심의 준칙이 적용된다. 만약 지상파 방송 출연자가 생방송 중 ‘5·18은 폭동’,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 같은 발언을 할 경우 그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는 징계를 받을 수 있고, 방송사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가능한 한 정제된 내용을 내보내려 노력한다.

    그런데 ‘통신’의 영역에 속하는 인터넷에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다. 방심위 관계자는 “인기 BJ의 인터넷 방송은 경우에 따라서 웬만한 종편 프로그램보다 영향력이 더 커졌지만 그에 따르는 공공성, 법적 책임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막말 BJ는 업체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인터넷 방송 BJ들 중 일부는 인터넷 방송사로부터 '베스트 BJ', '파트너 BJ' 등으로 선정돼 더 나은 수익 공유 조건을 적용 받는다. 많은 BJ들이 이런 특별 대우를 받으려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목을 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프리카TV 홈페이지 캡처

    BJ가 방송으로 버는 수입의 일부를 해당 BJ가 소속된 인터넷 방송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이 같은 ‘막말 방송’의 자정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 많다. 보통 인터넷 방송 BJ가 시청자로부터 받는 유료아이템 환전 금액의 20~40%는 인터넷 방송업체에게 돌아간다.

    고대석 전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은 “이런 수익 구조 하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BJ는 인터넷 방송업체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업체 차원에서의 제대로 된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심위 측은 “비슷한 (방심위) 시정 요구에도 인터넷 방송사가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인기 BJ에 대해선 관대하게 처분하고, 일반 BJ에 대해선 일부 ‘생색내기’용으로 엄하게 제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등 외국의 심의당국은 인터넷상의 도 넘은 막말에 대해 ‘혐오 발언 처벌’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독일 의회는 지난달 인터넷에 올라온 혐오 발언을 신속히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소셜미디어업체에 최대 5000만유로(약 65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벨기에에서는 인터넷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한 사람에게 최대 징역 1년, 벌금 1000유로(약 130만원) 를 부과한다. 또 다수 유럽국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홀로코스트(나치의 유태인 학살)’를 부인하거나 나치를 찬양하는 발언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인터넷 BJ들에게 현행법상의 모욕죄·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같은 온라인 혐오 발언들은 광범한 집단에 대한 것이어서 형사 처벌이 어렵다”며 “형사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데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우선 강제력이 있는 행정적 제재부터라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