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에 간 공정위장… "시민 자격"이라며 휴가 내고 증언

    입력 : 2017.07.15 03:02

    ['삼성 저격수' 김상조, 현직 장관급 인사로는 이례적 출석]

    관용차 대신 개인 차량 운전
    박영수 특검도 직접 공판 나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미전실이 기획한 승계 시나리오
    3년前 이건희 회장 쓰러진 후 승계 작업 급하다는 얘기 들어"

    '삼성 저격수'라는 말을 듣던 김상조(55)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한성대 교수이던 지난 2월 12일 박영수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서도 증언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의 현안을 풀어주고 433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현직 장관급 인사인 김 위원장의 증인 출석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월 이 부회장의 첫 재판에 나온 뒤 재판에 나오지 않던 박영수 특검도 재판에 직접 나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하루 연가를 냈고, 양복 깃에 달던 공정위 배지도 뗐다. 관용차를 타지 않고 개인 차량으로 왔다. 증언에 앞서 취재진에 "한 사람의 시민 자격으로 왔다. 내 증언이 단기적으로는 이 부회장에게 고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과 한국 경제에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선 국가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정위원장의 증언을 '일반 시민'의 증언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했다.
    김상조(왼쪽)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했다. /남강호 기자·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특검팀이 "삼성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계없는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합병은 승계 작업의 핵심 중 하나다. 그룹 미래전략실이 기획하고 그대로 집행된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특검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계에 반대했다면 합병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병세 호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고, 이 부회장 승계 작업에 시간이 없어 다급하다는 말을 삼성 고위 임원에게 여러 차례 들었다"며 "합병이 이뤄진 직후 김종중 전 삼성 사장에게 '(합병 작업) 무리하게 하셨네요'라고 했더니 '무리한 게 아니라 무식해서 그럽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으로선 합병 작업이 진행된 2개월이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지옥 같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되려면 (이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 이름으로 기아차가 회생하는 등 업적이 만들어졌다. 그에 비해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빗대 삼성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교수·시민단체 시절 삼성 경영진에게서 삼성의 '기밀'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의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김종중 전 사장이 주로 대화 파트너였다"며 "김 전 사장은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합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그룹 최고위층의 결정 사항이 이사회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내게 알려주고 의견을 물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놀라서 '뭘 믿고 내게 이런 걸 알려주냐'고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의 의사결정은) 외형적으로는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지만 실제는 미래전략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커튼 뒤에 숨어 있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또 "이건희 회장이 건재할 때는 이학수 부회장 중심의 참모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 회장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사장(미래전략실 차장), 김종중 전 사장 등 4명이 회의를 해 결정한다고 김 전 사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이 부회장 체제가 다 완성이 되지 않았고 이 부회장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4인 간에 이견이 생기면, 10개 사안 중 4개 정도는 이 부회장 뜻을 따르고 나머지는 참모들 건의대로 결정이 된다더라"고 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가신(家臣)들이 정보를 왜곡하고 올바른 판단을 주지 못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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