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反)체제 양심수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61)가 지난 13일 간암으로 숨지면서 아내 류샤(劉霞·57)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잘 살아가야 한다(好好活下去)"였다.
그를 치료해온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중국의대 제1부속병원 의료진은 "류사오보는 이날 오후 5시 35분 류샤에게 힘겹게 이런 말을 남긴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고 홍콩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류샤오보의 형과 남동생도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류사오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투옥된 것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총 14~15년을 투옥·감금 상태에서 보내면서도 줄기차게 중국의 민주화와 정치 개혁을 요구해왔다. 2008년 이런 요구를 담은 '08헌장'을 주도했다가 11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도 옥중에서 들었다. 그는 지난달 초 말기 간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국제사회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중국을 비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에 "시민의 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투사, 류샤오보를 추도한다"고 썼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에서 "(그의 죽음을) 깊이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과 보리슨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이 류샤오보가 희망한 해외 치료를 허락하지 않은 데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톈안먼 사태 주도자 중 한 명인 재미 인권운동가 왕단(王丹)은 "중국이 류샤오보를 정치적으로 살해했다"며 "그의 죽음은 제2의 톈안먼 사태"라고 비판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도 "류샤오보의 죽음은 중국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슈피겔이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에도 석방되지 못하고 사망한 것은 나치 시대의 독일 평화주의자 카를 폰 오시에츠키(1935년 수상) 이후 류샤오보가 두 번째"라고 전했다.
홀로 남게 된 아내 류샤에게 자유를 허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류샤는 2010년부터 8년째 가택 연금 상태에 있으며, 심한 우울증과 심장병을 앓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성명서에서 "류샤오보의 사망을 애도하는 중국인, 전 세계인과 슬픔을 함께한다"면서 "류샤를 가택 연금에서 풀어주고 출국을 허용하라"고 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과 독일·영국·프랑스 정부도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도 "전 세계 정상들이 류샤가 가택 연금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외신들의 질의에 "류샤오보 사건 처리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류샤의 출국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법률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초고속 성장하는 시대에 서구를 등에 업고 중국 주류 사회에 반기를 든 것이 류샤오보의 비극"이라면서 "서방국가들이 류샤오보의 투병을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기회로 이용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류샤오보 사망에 대한 보도와 인터넷 댓글을 철저히 차단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뉴스가 그의 사망 소식을 영문 단신으로 전하고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기사와 사설을 쓴 것을 빼고는 관련 기사를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서 류샤오보의 이름을 치면 "관련 검색 결과가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BBC는 "류샤오보를 언급하지 않고 추모 글만 쓰거나 촛불 이모티콘만 올려도 삭제됐다"며 "전 세계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그의 투병·사망 소식을 정작 중국인만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